직장인 박모(41)씨는 최근 서울 강북권의 한 고깃집에서 소주를 시키려다가 메뉴판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당연히 3천원일 줄 알았던 소주 가격이 그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5천 원으로 적혀 있었다.
남들이 '폭탄주'를 마실 때도 소주 '알잔'을 고집하는 박 씨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박씨는 "임대료 등이 비싼 서울 강남 고급 음식점에서 소주를 5천원에 파는 일은 본 적이 있지만, 강북에서도 이 가격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소주는 쓰디쓴 한 잔을 목에 털어 넣으며 고된 하루의 피로를 푸는 대표적인 서민의 술이다.
그런데 이 소주의 외식 가격 상승세가 조사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품목 중 소주 가격은 전년 대비 11.7%가 올랐다.
이는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외식 소주를 추가해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의 상승률이다.
2001∼2002년 사이 8%가 뛰어오른 이후 한동안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았던 외식 소줏값은 2014∼2015년 3.7%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다 작년 상승률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줏값뿐만이 아니다. 김밥(4.7%), 생선회(4.3%), 쇠고기(4.1%), 갈비탕(4%)의 외식 가격도 전년 대비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5년보다 가격이 내린 외식품목은 국산차(-0.1%) 밖에 없었다.
0%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은 스파게티(0.8%), 커피·치킨·오리고기(0.4%), 햄버거(0.2%)였다.
이에 따라 전체 외식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와 비교해 볼 때, 주요 외식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해 서민들이 외식 한 번 나가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 됐다.
외식물가 상승을 주도한 소줏값이 이렇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말 주류업체들이 잇따라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다.
소줏값을 외식업계가 계산하기 복잡한 100원 단위가 아닌 500원·1천원 단위로 올리면서 주류업체의 인상 수준보다 더 가파른 상승률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업계에서 500원이나 1천원 단위로 가격을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싼 외식 소줏값의 상승률이 커졌다"며 "출고가 자체가 크게 오르진 않았지만, 서비스업인 외식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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