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휴대폰 액정 우측 상단 3분의1 지점을 집중 타격해 부숴야 한다. 집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물리적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최순실과 함께 재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자택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적힌 문건이 발견됐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최순실과 안 전 수석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확보한 압수수색 대응방안이 적힌 문건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 문건에는 각 증거별로 인멸하는 방법과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어떤 증거를 확보하려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며 "안 전 수석이 청와대와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했다는 정황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에는 "휴대폰 교체가 가장 중요하다", "휴대폰 액정 우측 상단 3분의1 지점을 집중 타격해 부숴야 한다", "집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물리적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차명 계좌가 있으 경우 통장 자체를 폐기해야 하며 가급적 현금으을 사용해야 한다", "하이패스나 CCTV는 조치할 방법이 없으니 소명할 방법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안 전 수석은 문건에서 휴대폰뿐만 아니라 PC와 내비게이션, 블랙박스까지 교체할 것을 지시하는 등 증거를 남길 수 있는 모든 기기를 없앨 것을 요구했다"며 "검찰이 고가 선물과 명함 등을 증거로 확보해 뇌물죄를 적용하는 경우를 대비해 물품과 명함집을 폐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최순실의 검찰 진술조서도 일부 공개됐다.
검찰은 최순실이 모든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전했으며, 검찰이 제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최순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민간인이라 알 수 없다" "미르라는 재단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등의 진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