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알고 보면 소름 돋는 과거 출산 장려 슬로건 6가지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서민우 기자 = 개인의 출산과 육아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걸까. 


기존에 정부가 내놓은 출산장려 정책은 관련 인프라가 부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어서 애를 낳아라!"라는 식의 강압적인 성격이 있다.


또 최근 문제가 불거진 행정자치부의 '출산 지도'에서 알 수 있듯 정부는 국민을 마치 가축처럼 다루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일을 처리하곤 한다.


어느 것보다 성스러워야 할 '출산'을 국가 성장동력의 원자재로 취급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국민의 반발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 역대 정부가 내 건 출산 독려 슬로건을 살펴보면 국가가 국민에게 요구한 '출산'의 방향이 얼마나 객체화 돼 있고 일방향 적인지 알 수 있다.


이에 시대별 출산 장려 슬로건의 변천사를 살펴보며 가정을 이루는 개인적인 영역마저도 국가주의에 편승된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1. 1941년, "낳아라! 불려라! 국가를 위해!"


인사이트영화 '마이 웨이' 스틸컷


일제 식민통치가 극에 달했던 1941년은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졌던 시기이다.


당시 일본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착취하는 것은 물론 여성의 자율성을 철저히 무시한 채 전쟁을 수행할 '병사'라는 무기를 낳는 기계로 취급했다.


제국주의 전쟁 수행의 인력확보 차원의 이 같은 인구증가 장려책은 이승만 정부에도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는다'는 개념으로 이어졌다.


2. 1960년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인사이트Youtube 'John Doe'


한국전쟁 직후 출산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60년대는 국가적 차원에서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했던 시기다.


높은 출산율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쉽게 말하면 "먹을 게 부족하니 그만 좀 낳아라"라는 뜻이다.


이때 역시 국가는 '경제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국민의 자율성은 철저히 배제했다.


3. 1974년, "1,000불 국민소득의 길,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인사이트(좌) 대한가족계획협회  (우) Gettyimagesbank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표제 중 하나다.


국민소득 1천 달러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행복은 희생할 수 있다는 소름 돋는 생각이 저변에 깔렸음을 알 수 있다.


4. 198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인사이트대한가족계획협회


이미 경제 규모대비 인구 수용 한계치는 초과한 지 오래였던 80년대.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국적인 피임 장려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5. 1990년대,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


인사이트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90년대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점차 늘고 앞서 진행되었던 출산 지양 정책들 덕에 급증하던 인구가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다.


또 본격적인 핵가족 형태로의 전환으로 인해 '육아의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던 시기였다.


이때도 정부는 '동생을 낳는 것'을 '유산'을 물려주는 행위에 비유해 생명을 자산의 한 종류로 취급했단 것을 알 수 있다.


6. 2006년, "1.2.3 운동"


인사이트(좌)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우) 온라인커뮤니티


"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5세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뜻이다.


당시 이 포스터가 공개된 이후 한 누리꾼이 뒤에 숫자 4를 붙여 '40대에 파산하자'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육아 환경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없이, 무작정 "빨리 낳아 빨리 키우자"며 일방향 적인 소통을 한 정부에 대한 반발심에 의한 패러디로 풀이된다.


마냥 웃을 수 없는 패러디인 게 실제로 자녀 한 명을 한국에서 낳아 기르는 것은 빚더미에 앉을 가능성이 농후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