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들을 낳은 30대 산모가 출산 후 3시간여 만에 숨진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이 산모의 남편이 해당 산부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자 병원 측은 앞서 지급한 보상비(병원비ㆍ장례비)를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11시 20분께 인천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산모 A(사망 당시 37세) 씨가 자연분만으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A 씨는 출산 후 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3시간 30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2시 40분께 인근의 다른 종합병원에서 숨졌다.
A 씨의 남편 B(50) 씨는 "출산 직후 간호사가 아기만 보여주고 산모는 보여주지 않았다"며 "다른 산모에 비해 출혈이 배가량 많았지만,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며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도 산모를 계속 보여주지 않아 장모님이 3차례나 분만실에 들어가 보려 했는데 병원 측에서 계속 막았다"며 "그사이 출산 후 출혈로 1시간 동안 마사지만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A 씨가 숨진 뒤 유족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당시 병원 측이 소방당국에 신고해 당일 낮 12시 32분께 119구급대가 도착한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11분 뒤인 낮 12시 43분께 인근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시간 뒤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 씨는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수색전증은 분만 중이나 분만 후 태아의 양수가 산모의 핏속으로 유입돼 혈관을 막아 생기는 질병이다. 사망률이 50%를 훨씬 넘고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도 출산 후 양수색전증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산모의 가족이 의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양수색전증에 대해 "정확한 발병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현대 의학으로는 예방이나 사전 진단이 불가능한 질병"으로 판단했다.
남편 B 씨는 이달 3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해당 산부인과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1인 시위를 하자 병원 측은 앞서 지급한 병원비와 장례비 1천300만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한다"며 "건강했던 산모가 갑자기 사망했고 산부인과 측에서 더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살릴 수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국과수 부검 결과를 토대로 병원과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고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분만 중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했을 때 의사를 처벌한 전례가 없다"며 "어려운 가정 형편인 유족 사정도 고려해 꼼꼼하게 수사했지만, 법률상 병원 측의 위법행위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는 "A 씨 사망과 관련해 병원 측에서 조만간 공식 입장을 홈페이지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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