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1일(토)

"4년치 시험지 제출하라"…전국 중고교에 '갑질'한 새누리 의원

인사이트(좌)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 (우) 한국사 교과서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이 전국 중고교를 대상으로 최근 4년 치 역사 시험지를 제출하라 요구해 일선 교사들이 '사상 검증' 의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한겨레는 전희경 의원이 최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중고등학교 4년 치 역사·사회 시험 문제지 원본 파일을 취합해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의원 측은 "일선 학교에서 역사와 관련해 정확한 사실을 가르친다는데 이것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 살펴보겠다"는 이유로 시험지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시험지 원본 파일이 없을 경우 인쇄된 시험지를 PDF 파일로 스캔해 1월 6일까지 이메일로 송부하라는 등 다소 자세한 지침 사항까지 내렸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하지만 일선 교육청과 교사들은 "이는 교육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교사를 무시하는 행태이며 사상 검증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며 강력 반발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4년치 시험지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갑질'"이라며 "의원의 지위를 남용해 갑질하지 말고 교과 내용이 궁금하면 자녀분 학교가서 학부모 자격으로 수업에 참관하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교육계의 반발이 커지자 전 의원 측은 자료 취합량을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제출기한 또한 1월 27일까지로 늘렸지만 자료 요구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한편 전북교육청 김승환 교육감은 "자료제출 요구가 교사의 수업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시험지 제출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