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잦아진 술자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을 지키려면 빈속에 술을 마시는 등 음주와 함께하면 독이 되는 행동들을 피해야 한다고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6일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를 빠르게 통과해 소장의 알코올 흡수를 증가시킨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체중이 덜 나가고 체내수분이 낮으므로 빈속에 술을 마시면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리 몸이 알코올을 천천히 흡수해 잘 분해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며 "위 속의 음식물은 알코올이 위에서 간으로 직접 가는 것을 막고, 장을 통해 알코올의 농도를 낮춘 후에 간에 전달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우유나 기름진 음식을 음주 전에 섭취하면 위를 보호하는 데 좋다는 얘기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진승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우유 속 당분인 락토오스(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 오히려 더 부담될 수도 있다"며 "또 위벽에 기름기가 있으면 음식물과 뒤섞여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고 지방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술에 덜 취하려고 음주와 함께 커피 등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도 좋지 않다.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커피와 같은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는 이뇨작용을 일으켜 알코올 분해에 필요한 수분을 몸에서 빼앗는다"며 "알코올을 분해할 때에는 당과 수분이 많이 필요하므로 음주 다음 날 꿀물, 식혜, 과일주스, 이온음료 등을 마셔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고 습관적으로 구토하는 행동 역시 식도 점막을 손상할 수 있으므로 해서는 안 된다.
김양현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위산이 위에서 식도로 반복적으로 역류하게 되면 위 식도 접합부가 손상돼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며 "역류성 식도염이 오랫동안 지속하면 식도 점막이 위의 원주상피세포로 변하는 '바렛식도'까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바렛식도는 식도암의 주요 위험인자로 이를 방치하면 식도암 발병 위험성을 30배 이상 높인다는 보고도 나왔다"며 "이외에도 심하게 구토를 하면 위와 식도 사이의 점막이 찢어지면서 구토 시 출혈이 나타나는 '말로리와이스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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