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이 크리스마스 이브 분위기에 들뜨는 12월 24일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김일성 3대 '백두혈통' 일가의 기념일로 각인돼 있다.
북한에서 이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일인 동시에, 김정일의 생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조모인 김정숙의 생일이라는 의미가 있다.
김일성·김정일 동상 참배나 경축 공연 등 김일성 일가를 기리는 행사가 이날 북한 곳곳에서 치러진다.
김정일은 1991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19차 전원회의에서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 이를 기념해 김정은은 지난 2012∼2014년에는 군 간부들을 이끌고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바 있다.
1917년 12월 24일 출생한 김정숙을 '띄우기' 위한 관영매체들의 선전도 이날을 즈음해 활발히 벌어진다. 북한에서 김정숙은 김일성의 부인이자 항일투쟁 전우로서 '백두산 여장군'으로 신격화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 동지의 위대한 혁명 생애와 업적 영원불멸하리'라는 제목 아래 지난 23일 자 신문 2면 전면을 김정숙의 생전 각종 일화와 기념행사 등을 소개하는 기사로 채웠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이 2006년 12월 24일에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일본 언론과 재미 친북매체 '민족통신' 등에 보도된 적이 있지만, 북한이 이를 기념하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개인의 종교 행위가 금지된 북한에서 주민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헌법을 통해 명목상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극히 일부 교회나 성당이 성탄예배나 미사를 열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의 종교 활동은 처벌 대상이다.
다만 북한 주민들도 크리스마스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8월 발간한 '2015 국제 종교자유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은 북한에 실제로 20만∼40만 명의 기독교 신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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