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주영 기자 = 평생 살던 집을 하루아침에 잃은 할머니가 1평 남짓한 화장실을 개조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방송된 KBS '제보들'에서는 '일흔 살 할머니가 화장실에 사는 이유' 편이 전파를 탔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71세 할머니에게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남부럽지 않은 집이 있었다.
하지만 약 4년 전,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교회가 신축을 계획하면서 할머니에게 위기가 닥쳤다.
알고 보니 할머니의 집은 국유지인 하천부지 땅과 교회 소유의 땅에 걸쳐져 있었고, 교회는 할머니에게 이사를 요구한 것.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날 수 없었던 할머니는 교회 소유의 집만 철거하고 국유지 쪽 집은 철거하지 않길 원했다.
"남은 반쪽 집을 수리해서 살면 남은 생은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교회는 할머니의 집이 불법 건축물이라며 민원을 넣었고, 법원 판결은 안타깝게도 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힐머니는 집의 절반만 뺏길 것을 예상했지만, 교회는 집 전체를 철거했다.
결국, 철거 과정에서 집 전체가 완파되었고 할머니는 외부 화장실을 수리해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철거업체 직원은 "교회에서 할머니가 이사를 안 가서 생긴 비용을 못 받으니 나머지도 다 쳐버리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할머니 집의 반쪽이 할머니의 소유도 아니지만, 교회의 소유도 아닌데 증축에 걸림돌이 된다고 애꿎은 할머니의 집을 부숴버린 것이다.
담당 부서인 아산시청의 건설과 측도 "교회에서 철거할 수 있는 것은 교회 부지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교회 증축의 피해자는 이 할머니 말고도 마을 내 두 집이나 더 있었지만, 교회 측은 "억울하다"며 "할머니를 비롯한 이웃들과도 원만한 타협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회의 한 관계자는 "협의 없이 내가 진행했다. 왜냐면 그렇게까지 안 하면 저희가 그 땅을 회복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평생 살던 집을 잃은 할머니는 결국 화장실로 쓰던 곳을 임시 거쳐로 쓰게 됐고, 식사는 마을회관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영 기자 ju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