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세금도 아닌데 '고지서'로 회비 모금하는 적십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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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적십자 회비는 자율적으로 참여하시는 국민 성금입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지로 고지서' 형태로 발송되는 적십자사 회비 고지서에 작게 적힌 문구다. 글을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회비 고지서 구성은 우리가 내는 세금·요금 고지서와 똑같다. 색깔은 물론 그 안에 적힌 용어들까지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세금 고지서와 다를 것이 없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연말연시면 항상 날아오는 적십자 회비가 '의무 납부'인 줄 알고 매년 회비(1만원)를 납부했다.


이런 식으로 적십자사가 걷은 회비는 지난 3년간 1,500억원, 연간 500억원 수준으로 올해(2015년 12월~)만 해도 약 411만 명이 회비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문구'처럼 적십자 회비는 의무적으로 내는 요금이 아닌 개인이 선택해 내는 '성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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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요금처럼 안 낸다고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성금인 것인데, 고지서 형태로 발송돼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원 장모(27) 씨는 "고지서 형태로 발송돼 무조건 내야 하는 줄 알았다"며 "주변에서도 안 내면 불이익을 당할 줄 알고 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말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지서 형태의 적십자사 회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적십자사는 말로만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할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적십자사 회비 납부율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굳이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는 인식이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마다 국정 감사에서 방만 경영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보은 인사'란 비난을 받으며 총재로 취임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총재로 선출되기 전 5년 동안 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을 보면 우리가 낸 회비가 제대로 쓰이는지도 의문이다.


인사이트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 연합뉴스


소득에 상관없이 25~75세의 모든 세대주에게 회비 고지서를 발송하며, 12월에 1차로 고지서를 발송하고 납부하지 않은 세대에 한해 이듬해 2월 2차 발송하는 적십자사.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고지서 형태로 발송하고 독촉을 받는 느낌을 준다면 적십자사의 이런 행태는 충분히 '강제성'을 띤다고 느낄 수 있다.


진정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한다면 적십자사는 국민들이 고지서를 받을 지 여부를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기부'라는 이름만 가진 적십자사 회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낮출 수 있을 것이며, 자발적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