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AI는 한 달 동안 빠른 속도로 번져 마지막 청정지대였던 영남까지 뚫었다.
AI 첫 확진이 있은 후 한 달여 동안 308개 농가에서 살처분한 닭·오리는 1,600만 마리.
역대 최악의 AI 사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는 16일 AI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AI 인체 감염 예방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너무 늦은 대처다"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늦장 대응이 AI 확산을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우리 정부의 AI 대응은 일본 아베 정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늦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일 일본 돗토리 현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즉시 AI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올리고 전면적인 방역을 시작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10월 28일 충남 천안 시 봉강천변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시 단위로만 방역대를 설정하고 인근 농가에 '철새 주의' 문자를 보내는데 그쳤다. 매우 대조적인 대응이었다.
물론 일본도 AI는 막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아오모리 시에서 AI가 발병한 것인데, 하지만 아베 정부는 AI 발생 이틀 뒤 '농림부 장관'이 관계 장관 회의를 열었던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과 달리 발생 당일 총리 관저에 있는 위기관리 센터를 가동하고 다음 날 오전 관계 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AI 대응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실시했다. 자위대를 현장에 출동시켜 방역 작업을 같이하게 했고, 의회는 대책 본부를 설치해 AI 확산 방지에 노력했다.
이런 빠른 대처로 일본은 단 여섯 건의 AI 감염 사례와 562,000마리 살처분에 그쳤고 현재까지 AI 추가 신고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느렸던 우리 정부는 최초 발생 26일이 지나서야(12월 1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실질적인 첫 관계 장관 회의를 열었고, 이런 늦장 대응 때문에 여러 차례 골든타임을 놓쳐 발생 1개월 만에 살처분 마릿수가 1600만 마리에 육박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처럼 중앙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AI 확산 방지 주축이 되는 우리 정부는 확진 판정부터 대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일본보다 한 발 늦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인해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였다는 변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3년 AI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발생한 이후 연례행사처럼 거의 매년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우리 방역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전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방역에 대한 인식 부족이 계속된다면 AI로 인한 농가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