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직무 정지 직전 '눈물' 흘린 박근혜 대통령

인사이트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회의 탄핵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직전인 오후 5시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불러 공개발언을 통해 탄핵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당부했다.


공개발언은 담담하게 진행됐으나 박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53분께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앞으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 황교안 국무총리 등과 함께 입장했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사랑의 열매' 배지도 다는 등 평소 국무회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굴은 다소 부은 것처럼 보였지만 표정은 담담했다.


박 대통령은 4분 54초간 진행된 모두발언 역시 천천히 차분하게 이어갔으며 간혹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며 스스로 국회의 탄핵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힌 뒤 "저의 부덕과 불찰로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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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민에게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국무위원을 비롯한 공직자들에는 "어려움을 드리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각각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밝힌 대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두발언 앞부분에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박 대통령은 "국익과 국민의 삶이 결코 방치돼선 안 된다"면서 모두발언의 절반 이상을 안정적 국정운영을 당부하는데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 문제도 언급하면서 민생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대한민국 미래 발전을 위한 국정 과제만큼은 마지막까지 중심을 잡고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휘말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정책 등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도 철회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 외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과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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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발언이 끝나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개별적으로 인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국무위원들은 박 대통령에게 "잘못 보좌해서 죄송하다",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 등의 말을 건넸고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간 간담회는 오후 5시 40분께 종료됐다.


이어 박 대통령은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하는 등 마지막 권한을 행사했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박 대통령의 권한은 이날 오후 7시3분 탄핵소추의결서 수령으로 공식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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