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선혜 기자 = 야채게가에서 일하는 청년 지환은 고단한 일상에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일찍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야채가게에서 힘든 노동을 하며 성실하게 일한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큰 돈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한다.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당장 목돈이 필요한 지환은 어쩔 수 없이 강남의 '호스트바'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아픈 할머니를 생각하면 호스트바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
훤칠한 키와 훈훈한 외모로 지환은 호스트바에서 '에이스'로 떠오르며 한 사모님에게 거액의 '오피스텔'과 '레스토랑'을 선물 받는다.
지금의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에 지환은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자신의 청순을 나이든 사모님에게 팔 수 없다고 자책하면서도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지환은 유혹에 넘어가 화려한 삶을 누릴까, 아니면 가난에 굴복하지 않는 정직한 삶을 살아갈까?
'총각네 야채가게'는 어려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지환'이라는 한 청년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지환 뿐 아니라 야채가게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애환과 사연을 담고있어 볼거리가 화려하고 다채롭다.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야채가게 청춘들은 자신의 사연을 노래로 풀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훈훈한 외모를 지닌 청년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무대에 여성관객들의 입꼬리는 내려갈 새가 없었다.
특히 막이 끝날 때마다 화려한 군무를 뽐내 관객의 두 눈을 호강시켜준다.
여기에 기존의 뮤지컬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이벤트 타임'까지 진행돼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옥에도 티가 있다고 했던가. 작품의 구성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문제점이 있었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다섯 청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전개가 갑작스럽게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지환이 왜 청년 가장이 됐는지, 온몸이 피멍이 들 정도로 얻어맞고 야채가게에 나타나기 전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등 중요한 설명이 빠져 극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기존의 뮤지컬보다 짧은 '90분'이라는 시간에 지환을 포함한 다섯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탓에 전개가 급박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인지 '총각네 야채가게'는 기존의 뮤지컬보다는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스케일이 크고 장중한 뮤지컬을 바라는 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현 시국이 절묘하게 떠오르게 하는(?) '호빠'라는 캐릭터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요즘 세태와 달리 타락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쫓은 지환은 이땅의 청춘의 암울한 현실을 위로하는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지환을 비롯한 청춘의 희망찬 미래를 그린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서울 혜화역에 위치한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김선혜 기자 seo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