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선생님 주먹으로 때리고, 화장실 몰카 찍는 중고생들

인사이트선생님을 빗자루로 폭행한 학생들 /연합뉴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등 스승을 존경하는 표현은 옛말이 됐다.


일선 교육 현장에선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고 '학생들에게 치이고 학부모들한테 당하는' 교사들의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오후 경기 북부지역 한 고등학교 교무실 앞 복도에서 1학년 A(16)군이 주먹으로 40대 여교사 B씨의 머리를 10여 차례 폭행했다.


앞서 B씨는 이날 교실에서 수행평가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A군을 혼냈다. A군의 목 뒤를 잡고 "다음 수업시간에 벌을 받아라"고 말한 뒤 교실을 나갔다.


이에 A군은 교무실로 B씨를 찾아가 "다음부터 잘하겠다. 벌 받지 않게 해달라"고 용서를 빌었으나 B씨는 "안된다. 벌 받아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A군은 격분해 B씨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B씨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지만, 충격을 받고 병가를 냈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아버지 C씨는 학기 초인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담임 여교사 D씨에게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괴롭혔다.


학기 초 D씨가 언어 발달이 더디고 돌출행동을 하는 C씨의 딸에 대해 조언하자 C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C씨의 딸은 학기 초부터 수업 중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교사에게 달려드는 등 돌발행동을 해왔다.


C씨는 상담 과정에서 "우리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라면서 그때부터 D씨에게 '당신 병원 진료를 받아봐라. 잔머리 굴리지 마라' 등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다.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피해 교사는 병가를 냈다.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선 남학생 2명이 휴대전화로 여교사의 치마 속을 찍으려다 발각됐다.


미혼인 이 여교사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를 냈다. 학생 두 명은 다른 학교로 전학 조처됐다.


지난해 충북의 한 고교에서도 한 학생이 여교사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가 칸막이 위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보려다 적발됐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가 최근 3년간 1만 건을 넘어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권 침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1만3천29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현황을 보면 2013년 5천562건, 2014년 4천9건, 지난해 3천458건이다.


유형별로는 '폭언·욕설'이 8천415건(64.6%)으로 가장 많았고 수업진행방해 2천563건(19.7%), 교사 성희롱 249건(1.9%), 폭행 240건(1.8%) 등의 순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244건(1.9%)에 달했다.


특히 지난 3년간 폭언과 욕설로 인한 교권 침해는 줄어든 반면, 폭행과 교사 성희롱의 비율은 증가했다.


이는 사건화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보고되지 않은 교권 침해까지 합하면 그 사례는 2∼3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피해 교사들은 대부분 육체·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를 내는 등 한동안 교단에 서질 못했다.


교사들은 스승으로서의 권위와 자존감을 상실해 교직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학생지도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부 학부모는 밤늦은 시각에 카카오톡으로 자녀의 일과부터 시작해 심한 경우 시시콜콜한 가정사까지 늘어놓기까지 한다"며 "학부모가 자녀의 스승으로 대하기보다는 상하관계로 인식할 때 내가 왜 교직을 선택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윤관석 의원은 25일 "정부는 더는 교권이 무너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교사들을 존경하는 교육풍토와 교육당사자인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행복한 교실이 조성되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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