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최순실씨 가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유죄를 받은 김해호씨가 23일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제기한 의혹 중 상당수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겠다는 취지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정률의 전종원 변호사는 재심청구서에서 "최태민·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 육영재단과 관련한 의혹 상당수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당시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당원이던 김씨는 17대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지던 2007년 6월 '박근혜의 육영재단 비리와 최태민, 최순실 부녀 철저한 검증을 바란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씨는 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때 최씨 부녀가 육영재단 운영에 관여해 재단 공금을 횡령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재산을 형성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비호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최순실씨와 한나라당은 김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김씨는 1심 실형에 이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유죄를 확정받았다.
재심 청구서에서 김씨 측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전 육영재단 직원의 주장 등을 인용하며 과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육영재단 직원 A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태민씨 지시에 따라 '근화봉사단(새마음봉사단 후신)'의 기관지 '근화보' 운영기금 확보 공문을 만들어 다섯 개 기업에 전달했고 그대로 수금이 이뤄졌다"며 "이렇게 벌어진 사업의 이권 상당 부분이 최씨 일가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최태민씨가 당시 육영재단과 근화봉사단 등 박 대통령과 연관있는 11개 재단·단체의 돈줄을 관리했다"고도 주장했다.
김씨 측은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오늘날 심각한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며 "작금의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재심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증거 위·변조나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 등 확정판결을 명백히 뒤집을 만한 근거가 확인돼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다.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고하면 재심 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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