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고은하 기자 = 18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가정주부 성폭행 살인사건' 용의자가 한 경찰관의 집념 덕분에 결국 검거됐다.
2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강간 살인 등) 위반 혐의로 오모(44)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1998년 10월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집을 보러 왔다며 가정주부 A씨를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전방위 수사에 나섰지만 끝내 잡지 못했다.
18년간 미제로 남을 뻔했던 '주부 성폭행 살인사건'은 당시 수사팀의 막내였던 광역수사대 김응희(54) 경위의 집념 덕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김 경위는 공소시효가 있는 강간살인이더라도 피의자 DNA 정보 등 명확한 증거가 있을 경우 시효가 10년 연장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범인이 당시 20대였다고 판단한 김 경위는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1965년부터 1975년 사이 출생자 중 강력범죄 전과자를 전수조사해 8000여 명을 뽑았다.
사진과 혈액형 등을 대조해 용의자 후보군을 125명으로 줄였고 김 경위는 특히 의심이 가는 10명의 DNA를 확보해 대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DNA를 대조해야 하는데 채취를 요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경기도 오씨 집 근처에서 잠복근무해 오씨가 버린 담배꽁초를 통해 용의자 DNA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검거된 오씨는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이에 따라 경찰은 오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김 경위는 "형사가 체질에 맞아 23년간 계속 같은 직군에 있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죄지은 사람은 반드시 잡힌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고은하 기자 eunha@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