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치러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 수능, 올해 모의평가와 비교해 국어, 수학, 영어영역 모두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출제 경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 기조를 유지했지만 영역별로 고난도 문항이 늘어 상위권 변별력이 훨씬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능 출제위원장을 맡은 정진갑 계명대 교수는 이날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적정 난이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6월과 9월 모의평가 난이도와 유사하게 출제했다"며 "오류없는 문항과 난이도 분포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과 입시업체들도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특히 1교시 국어영역은 지문 길이가 상당히 길어지고 신유형도 등장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체감 난도가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어영역은 지난해까지 A, B형으로 나뉜 수준별 시험으로 치러지다 올해 통합형으로 전환되면서 이미 올해 두 차례 모의평가에서부터 작년 수능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수능취재지원단 소속 김용진 동대부속여고 교사는 "국어영역 지문 개수가 작년보다 줄어든 대신 지문 길이가 많게는 2천600자에 달하고 지문당 문항 수도 늘었다"며 "학생들이 상당히 어려웠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이사는 "작년 수능보다 어렵고 올해 모의평가와는 비슷했지만 본 수능이라는 특성상 1교시부터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며 "최상위권 만점자 비율이 작년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과 영어 등 나머지 영역도 어려웠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 수능은 2011학년도 이후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변별력이 높아져 상위권과 중위권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영덕 소장은 "2015학년도 수능이 '물수능'이라는 비판을 받아 작년 수능은 조금 어려워졌는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특히 수학은 그동안 '수포자'(수학포기자) 양산을 막자는 취지에서 쉽게 내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이 늘어 시간에 쫓긴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도 "수학 가형은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고난도 문제가 하나 늘어 상위권 변별이 좀 더 용이하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이종서 소장은 "영어영역은 작년 수능과 비슷하고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수능부터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는 평이했다는 분석이다.
숭실고 이범석 교사는 "수험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6월, 9월 모의평가에서 예상했듯이 단순 지식을 묻는 수준으로 쉽게 나왔다"고 평했다.
수능 출제 문항과 EBS 교재의 연계율은 국어 71.1%, 수학 가형과 나형 70%, 영어 73.3%, 한국사 70%, 사회탐구 70.6%, 과학탐구 70%, 직업탐구 70%, 제2외국어·한문 70%로 맞춰졌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의 하나로 EBS 교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수능과 EBS 교재와의 연계율을 70% 정도로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183개 시험장에서 실시된 이번 수능에는 총 60만5천987명이 지원했으며 이중 재학생은 45만9천342명, 졸업생 등은 14만6천645명이다.
평가원은 수능 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28일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성적 통지표는 다음 달 7일 수험생에게 통보되며 성적표에는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표기된다.
한국사 영역은 절대평가에 따른 등급만 표기된다. 한국사에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에게는 성적표가 아예 제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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