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정유라에 두번이나 '희생' 당한 승마선수 아버지가 한 말

인사이트SBS, 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아들아, 너는 행운아다. 힘이 있었으면 난 벌써 구속되고 너는 독일로 도망갔겠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인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최순실 딸' 정유라 씨는 김혁 선수에게 밀리며 대회 2위를 차지했다.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정씨 측은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그날 이후 일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다음날 경찰이 대회 심판진을 두 차례나 불러 조사했고, 승마협회 간부 이름이 적힌 이른바 '살생부'가 돌아다니는 등 몇 명이 협회 내에서 밀려나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최순실 딸' 정씨 측과 반대 측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국·과장은 옷을 벗어야만 했다.


17일 한국일보는 국내 '마장마술 유망주' 김혁 선수의 아버지 김모(54)씨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아버지 김씨는 인터뷰에서 "참 힘들다"며 복잡한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버지 김씨는 "'승마'의 '승'자도 잘 모르는 경찰이 내사도 없이 경기 다음날 심판위원장을 소환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날 이후 '최순실 딸' 정씨는 이듬해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반면 5위에 머문 김혁 선수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방에서 건설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 김씨는 이후에도 '세무조사 압박' 등의 여러가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아버지 김씨는 "학교나 나라가 주는 특혜 없이 개인 비용으로 커나가는 선수들이 많다"며 "승마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대회 출전도 못하고 메달도 따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말똥 냄새도 좋다고 할 정도로 승마밖에 모른다"며 "김혁의 좌우명은 '정정당당함'"이라고 덧붙였다.


김혁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메달과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현재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김씨는 "최근 아들에게 '너는 행운아다'고 말했다"며 "내가 (최순실처럼) 힘이 있었으면 벌써 구속되고 너는 독일로 도망갔지 않았겠느냐'며 힘들어 하는 아들을 위로했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법무부는 현재 유럽에 체류 중인 '비선 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 씨를 국내로 소환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