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국정농단' 최순실 씨가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모은 창구로 지목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시기가 묘하게 일치해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의 입금이 완료되자 박 대통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대기업과 관련된 우호적인 입법을 국회에 촉구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지난 4일 프레시안을 통해 '재벌이 입금하자, 박근혜-최순실이 움직였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우 위원장은 칼럼을 통해 "'조폭들은 단순하다'라는 전제하에 날짜를 봤다"며 "뇌물을 받았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조폭들의 법칙이니까"라고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한 박 대통령과 대기업들의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2015년 10월 26일 미르재단에 돈 입금을 완료했으며 K스포츠재단의 경우 2015년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12일까지 입금했다.
미르재단 모금이 완료된 다음날인 2015년 10월 27일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2016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하면서 '경제활성화법' 처리와 '5대 노동 개혁법',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비준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또 K스포츠재단 입금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1월 13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노동 개혁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발전법 및 원샷법 처리를 요구했다.
삼성을 포함한 53개 기업이 기부금 형식으로 두 재단에 '774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입금하자 박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대기업에 우호적인 입법을 국회에 주문했다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연설문과 차례까지 똑같다"며 "이쯤 되면 미르·K스포츠재단이 무엇을 둘러싼 거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을까"라고 박 대통령과 대기업 간의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된 1월 13일.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국민운동 추진 본부'를 만들어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판교역 행사장을 직접 찾아가 서명운동에 동참하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보라. 거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며 "재벌들이 입금을 딱 완료하면 대통령이 다음날 딱 연설을 하는게 바로 이들의 깔끔한 거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그날로 서명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정확한 거래"라며 "가두서명 운동을 시작하면 대통령이 첫날 서명을 하는 것이 이 나라를 다스리는 청와대와 재벌들의 예의바른 거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