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국민이 주인이다"…전국서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

인사이트연합뉴스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주말 촛불집회가 5일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에서만 주최 측 추산 20만명이 집결해 도심을 가득 메웠고, 여당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전날 박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음에도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격해지는 모양새다.


평소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던 시민들까지 대거 거리로 나오는 분위기여서 이달 12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 각계각층 촛불 서울 도심 가득 메워…"하야하라"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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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10월29일) 1차 주말집회 참가 인원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일주일 사이 비선 실세 의혹이 계속 불거져 박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5%대로 추락했다. 이런 흐름이 이날 집회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됐다.


주최 측은 이날 참가자를 20만명으로 추산했다. 집회 시작 시점에 5만명이었다가 곧 10만명이 됐고, 2부 집회가 시작된 오후 7시30분께 20만명에 달했다. 경찰 추산 인원도 4만5천명으로 그간 열린 여느 집회에서보다 훨씬 많았다.


주최 측은 도중에 들어오거나 빠져나간 사람까지 포함한 연인원을, 경찰은 경비병력 운용을 위해 시간대별 운집 인원을 집계한다. 양측 간 인원 집계 목적과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양측 간 집계치를 함께 보더라도 이날 모인 인원은 작년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당시 주최 측은 참가자를 13만명으로, 경찰은 6만8천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박근혜 하야'라는 말이 더는 새삼스럽지 않을 만큼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격한 불만을 나타내는 발언과 구호가 집회 내내 이어졌다.


전국 6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과거 일제 치하의 항일투쟁과 4·19 혁명에 앞장선 대학생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찾겠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라는 한 시민도 발언대에 올라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 받는다'고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 더는 보편적 가치를 말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제게 '최순실이 누구냐', '누가 대통령이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 저는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1부 행사를 마치고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다시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했다. 촛불을 손에 든 참가자들은 '못살겠다 갈아엎자',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 구호를 연호했다. 행진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 대학생,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종교인, 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손마다 촛불을 들고 시내를 가득 메웠다. 과거 박 대통령 지지자였다가 이번 사태로 등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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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에서 딸과 함께 왔다는 한진욱(43)씨는 "아이가 커가면서 알아서 판단하겠지만, 시민들이 모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언론에서 과격하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했는데 마치 축제에 온 것처럼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부인과 함께 왔다는 서모(65)씨는 "내가 찍어준 그 한 표 돌려받으려고 나왔다"라면서 "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분하고 못 참겠다. 내 평생 집회는 처음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복 차림 청소년들도 다수 참가했다. '중고생연대'와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청소년단체와 함께 나온 중·고등학생 500여명은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적극 참가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경찰은 애초 행진을 금지 통고했다. 많은 인원이 도심 주요 도로를 행진하면 우회로가 마땅치 않아 교통 불편이 명백히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법원에서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해당 구간 행진은 허용됐다.


참가자들은 행진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에서 각계 발언과 공연 등으로 구성된 2부 행사를 이어가다 오후 9시께 집회를 마쳤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20개 중대 1만 7천600여명을 배치했다. 청와대를 목전에 둔 광화문 광장 북단에는 2중으로 차벽을 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시위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피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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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권 텃밭 TK에서도 "정권 퇴진"…전국이 촛불


촛불 물결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일었다.


광주 금남로에서 민주주의 광주행동, 백남기농민 광주투쟁본부, 사드저지 광주행동 등이, 울산과 제주에서도 민중총궐기 각 지역위원회가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경기도 용인시민 모임인 '용인촛불'은 용인 죽전 포은아트홀 광장에서 정권퇴진 홍보전과 행진을 열었다. 부산역 광장에서는 91개 단체가 동참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고한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관계자 등 1천200여명은 대구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정권퇴진, 대구 1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경북 경주시민 120여명도 경주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경북 포항시민 200여명도 이날 오후 북포항우체국 앞 도로에서 시국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시민들은 죽도성당까지 1㎞ 구간을 오가며 시위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울에서 20만명, 지역에서 10만명 등 전국적으로 30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돌아오는 주말인 12일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집중집회가 예정돼 '정권 퇴진' 운동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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