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국민들께 상처를 드렸다며 거듭 사과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2차'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이날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거듭 사과했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과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이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등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박 대통령의 멘트는 국민들을 더 분노케 했다.
회사원 장모(27) 씨는 "변명으로 일관한 사과"라면서 "동정심을 일으켜 이번 위기를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꼼수'에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시민 단체, 직장인,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이번 담화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인사들도 비난 여론에 동참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박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야를 거부해 사태를 수습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며 "끝까지 버틴다면 국민의 힘으로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 대표도 "박 대통령의 담화는 결국 자신이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것이다"며 "이번 게이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최순실-안종범' 게이트고 최순실에 대한 경계의 담장을 낮춰 자신도 피해를 입었다는 하소연"이라고 혹평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대국민담화도 '잘 짜인 시나리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통령은 담화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의를 받지 않았다. 앞으로 걸어 나와 '미안합니다'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이는 일방적인 통보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겼다고 말하면서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는데 이는 사실상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며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은 외롭고 불쌍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