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심민현 기자 = "현재 지구상에 컵스의 우승을 지켜 본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려 108년이란 긴 시간 끝에 시카고 컵스가 우승을 확정짓자 캐스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일(현지 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시카고 컵스가 연장 접전 끝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8-7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컵스는 4차전까지 1승3패로 벼랑 끝까지 몰렸지만, 5차전부터 연승을 이어가며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최종전에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다.
6-3으로 앞서던 컵스는 8회말 3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연장 10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벤 조브리스트(Ben Zobrist)의 결승타를 비롯 2타점을 추가하며 8-6을 만들었고, 10회말 인디언스의 공격을 1실점으로 막으며 8-7 '케네디 스코어'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우승을 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염소의 저주'가 회자되고 있다.
염소의 저주는 시카고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나갔던 1945년에 생겼다.
당시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당시, 머피(Murphy)라는 이름의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던 샘 지아니스(Sam Sianis)라는 관중은 입장을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났다.
결국 컵스는 디트로이트에게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렀고, 지아니스의 저주는 현실이 돼 그 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11월 3일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를 깼다. 하늘나라에 있는 지아니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심민현 기자 min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