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노력하면 성공하는 나라', 그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2030세대가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최순실 씨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생전 처음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유독 많았다. 그만큼 한 개인에 의해 국정운영이 좌지우지됐다는 사실에 분노와 상실감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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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모(23) 씨는 "평범한 학생들은 학점을 받기 위해 밤새우며 피나는 노력하는데 최순실 딸 정유라 씨는 대충 쓴 리포트로 학점을 받았다"며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부 정모(37) 씨는 "주말에 집에서 TV를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처음 거리로 나왔다"며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나라를 바꾸기 위해 머릿수 채우려고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한모(18) 양은 "학생 신분을 떠나서 국민 한 사람으로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대통령이 제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이젠 분노를 넘어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 딸 정유라 씨를 둘러싼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학점 특혜 의혹은 취업 준비로 지친 20대를 광장으로 모이게 한 '촉매제'로 작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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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방증하듯 전국 대학가에서는 박 대통령을 규탄하며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고 교수들 역시 이에 동참하는 등 세대를 넘어 각계각층에서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촛불집회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민주화'를 한목소리로 크게 외쳤던 1987년 당시 '6월 항쟁'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분노와 좌절은 축적돼 온 것"이라며 "이번 촛불집회는 정치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금수저 논란 등 대중에 퍼진 불만이 함께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다음달 1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