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유라 기자 = 뉴스 시청률이 웬만한 드라마·예능 시청률을 앞질렀다. 실시간 검색어에는 정치인이 아니면 이름을 올리기도 어렵다.
최순실과 그녀의 '언니'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일이다.
정신없는 시국에 덩달아 시끄러워진 머리를 식히려 영화 하나를 다운 받아보려 해도 온통 '그녀들'이 떠오르는 영화 투성이다.
"혹시 작가가 알고 쓴건가" 싶을만큼 이 사회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한 그런 영화들 말이다.
보고 있으면 자꾸만 누군가 떠올라 묘한 분노와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 8개를 선정했다.
1. 아바타(Avatar, 2009)
'아바타'란 행성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족'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한 새로운 생명체다.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 역시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나비족'의 영웅이 된다.
개봉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왔던 이 영화가 최근 또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현 정권의 '진짜 실세' 최순실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주인공을 조종하는 배후의 인물이 있었다는 영화 내용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Phantom Detective , 2016)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을 찾아 다니던 탐정 홍길동은 그와 가까워질수록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해있는 사이비 광신도 집단의 거대한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거짓된 믿음에 속아 온갖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비단 이 영화 속 광신도들 뿐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3. 내부자들(Inside Men, 2015)
한국의 대표적인 정경유착, 정언유착을 그린 영화.
비자금 스캔들을 덮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와 재벌회장,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논설주간까지 상상할 수 있는 비리란 비리는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자니, '내부자들'은 꽤나 고급스러운 버전의 스캔들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4. 간신(The Treacherous, 2014)
"왕을 다스릴 힘이 내 손안에 있습니다! 내가 바로 왕 위의 왕이란 말입니다!"
조선 역사상 가장 추악한 간신으로 꼽히는 임숭재-임사홍 부자는 전국 팔도에서 뛰어난 미색을 갖춘 여인들을 모아 연산군을 쥐락펴락한다.
연산군은 자신이 간신들 손 안에서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그저 흥에 취해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이 세상이 진짜 '태평성대'라 착각하면서 말이다.
5. 광해, 왕이 된 남자(Masquerade, 2012)
광해군 8년,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 자신을 대신할 대역을 찾으라 명하고, 기방 취객 사이에서 만담꾼으로 활동하던 '하선'이 왕을 대신해 도포를 입는다.
허균의 치밀한 계획 아래 행동하던 하선은 언제부턴가 스스로 국정을 논하며 '진정한' 왕으로 거듭난다.
6.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트루먼 버뱅크는 어느날 자신의 삶이 하루 24시간 생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변 인물 모두 배우였고, 그가 사는 곳 역시 거대한 스튜디오였다.
영화 속 트루먼은 자신이 속한 세계가 '거짓'임을 인지한 순간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비록 자신이 주인공인 쇼라 할지라도 말이다.
해당 방송을 기획한 '크리스토프'에 의해 '현실이 아닌 현실' 속에 갇힌 트루먼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문득 익숙한 누군가가 떠오른다.
물론 모든 사실을 알고도 자신이 '거대한 감옥'이 아닌 '따뜻한 장막'에 쌓였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런 노력도 무의미할테지만.
7. 아수라(Asura : The City of Madness, 2016)
악덕 시장이 전권을 휘두른다. 그에 맞서는 독종 검사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 그 사이 낀 '서민새우'들은 살아남기 위해 악해져야 한다.
아수라는 부와 권력을 갖기 위해선 누구보다 악해져야 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도대체 저렇게까지 해서 '권력의 개'가 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싶다가도, 평범한 트레이너가 최연소 행정관이 되고 호스트바 출신 남성이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수긍이 간다.
이렇게만 놓고 보니 어떤 게 진짜 영화인지 참 헷갈린다.
8. 마스터(Master, 2016)
오는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신작 '마스터' 역시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리며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문구가 박힌 포스터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선 해당 영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웬만한 소재로는 관객들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유라 기자 yura@insight.c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