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유라 기자 =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권력 앞에서는 금융권도 어쩌지 못하는 걸까. 무역 거래를 위한 금융제도가 최씨 모녀에 특혜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8일 'SBS 8뉴스'는 KEB 하나은행이 평창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독일의 부동산을 샀다고 주장하는 최순실에게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정유라는 어머니 최순실과 공동 소유한 강원도 평창군의 밭 23만㎡를 담보로 우리 돈 3억원에 달하는 24만 유로를 대출받았다.
최순실은 "이 돈으로 집을 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대 여대생인 정유라가 개인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KEB 하나은행 압구정 중앙지점이 수출입 기업들이 이용하는 '보증신용장'을 정유라에게 발급해 하나은행 독일 법인에서 유로화로 대출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무역 거래를 위한 제도가 집을 사는 데 악용된 것인데, 이런 방식의 개인 대출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KEB 하나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아무것도 이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밝혔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무위원회 예산심사 질의 과정에서 "정유라씨가 기업들이 쓰는 방식으로 국내 은행에서 지급보증서를 받고 독일법인에서 외화로 대출받았는데 이는 송금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며 "전문가 조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담보 대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사를 벌이고 있지만, 하나은행 측은 특별한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