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것 같지가 않고 너무 친숙해요. 가족이니까요."
생후 6개월 때 가족과 헤어졌던 한 여성이 경찰과 시민의 도움으로 42년 만에 쌍둥이 언니와 어머니를 만났다.
세 모녀는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 23일 오후 3시께 울산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에 대구에 사는 강지영(42·여)씨가 남편과 함께 찾아왔다.
강씨는 42년 전 생후 6개월 때 헤어진 쌍둥이 언니와 어머니를 찾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경찰관들에게 "최근에 만난 지인이 4년 전 울산시 동구 서부동의 한 마트 앞에서 저와 똑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 사람이 언니인 것 같다. 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강씨의 사연을 들은 경찰관들은 고민에 빠졌다. 강씨는 어렸을 때 부산에서 살았다는 것과 쌍둥이 언니가 있었다는 사실만 알지 언니의 현재 성과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다.
서부파출소 3팀 이동룡 팀장이 묘안을 냈다. 강씨의 사진을 담은 전단을 만들어 붙이자는 것이었다.
이 팀장은 그 자리에서 강씨의 사진을 찍고 전단을 만들었다. 전단에는 강씨의 상반신 사진을 넣고 '저와 닮은 쌍둥이 언니를 찾습니다. 저를 닮은 분을 알거나 보신 분은 경찰에 연락주세요'라는 문구를 적었다.
서부파출소 경찰관들은 23일과 24일 서부동 아파트 단지를 다니며 100여 장의 전단을 부착하고, 아파트 자율방범대 SNS모임에도 전단을 공유한 뒤 주민의 제보를 기다렸다.
하루 뒤인 25일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왔다. 동부서 명예시민경찰인 이경순(56·여)씨가 자율방범대원인 남편이 가져온 전단을 보고 서부파출소를 찾아와 "4년 전 아파트 옆집에 살다가 이사 간 새댁과 똑같이 생겼다"며 신고한 것이다.
이 팀장은 26일 직접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찾아가 수소문한 끝에 제보자가 말한 하미영(42·여)씨가 현재 울주군 언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팀장이 하씨에게 연락해 강씨의 사연을 전하니, 하씨 또한 헤어진 쌍둥이 동생을 찾고 있다고 말해 그들이 쌍둥이 자매인 것을 확인했다.
27일 오전 서부파출소 앞에서 42년 만의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파출소에 먼저 도착한 하씨와 어머니 전순옥(65)씨 등 가족들은 강씨가 오기만을 긴장된 표정으로 기다렸다. 전씨는 이미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윽고 강씨가 모습을 보이자 하씨는 달려가 동생을 끌어안았다. 강씨도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언니를 꽉 안았다.
어머니 전씨도 42년 만에 만난 딸을 안고 "찾아줘서 고맙다. 미안하다"며 울었다.
자매는 42년이나 떨어져 지냈는데도 외모뿐 아니라 머리 모양, 키, 체형 등이 비슷했다.
하씨는 "처음 본 것 같지 않다. 가족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전씨는 "42년 전 부산에서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작은 딸을 이웃에 맡겨 놓고 길렀는데 이웃이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려 그 후로 찾을 길이 없었다"면서 "명절이나 큰애 얼굴 볼 때마다 생각이 났다. 집안에서 쌍둥이 이야기는 금기시됐을 정도로 한이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7∼8년 전에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고 부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가족을 찾으려고 했지만 제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준 곳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서부파출소 경찰관들이 사연을 듣자마자 바로 전단까지 만들어 이렇게 만나게 됐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파출소 이 팀장은 "강씨의 사연을 듣고 사진이 들어간 전단을 붙이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동부경찰서는 결정적인 제보를 통해 쌍둥이 자매의 상봉을 도운 주민 이 씨에게는 감사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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