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자기 생각을 말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로부터 연설문 작성하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연설문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씨는 25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시절 독회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문구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토론하듯 가르치면서 이뤄졌다"며 "대통령 지시 없이 연설문이 유출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 대한 남다른 철학은 연설비서관이던 강원국 씨와 윤태영 전 비서관이 집필한 책 '대통령의 글쓰기'와 '대통령의 말하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회 연설을 불과 하루 앞두고 있던 2005년 2월 24일 늦은 밤 10시. 노 전 대통령은 연설문 내용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원국 씨에게 전달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지시에 연설문 초안을 급히 작성 중이던 강원국 씨는 새벽 3시 30분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게 보내세요. 마무리는 내가 할게"라는 내용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밤을 꼬박 새우면서 자신의 연설문을 직접 작성해 마무리했다. 뿐만이 아니라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면서 연설비서실의 공무원들에게 교육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강원국 씨 "대통령의 말이 연설문이고 연설문은 곧 국정운영이다"며 "선출된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철학으로 국정운영을 대신 한 것이라면 국민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