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이 교차하는 서울 성남시의 중심지, 50년 역사의 모란민속오일장(이하 모란시장)이 열린다.
4, 9장인 모란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 오일장으로 '토끼 뿔만 빼고 모두 다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세상 온갖 물건의 집합소다.
이에 모란시장이 열린 지난 24일 인사이트 기자도 도심 속 별천지라는 성남 모란시장을 방문했다.
모란시장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왁자지껄'이었다. 시장 입구 화훼 좌판부터 시작해 잡곡, 약초, 의류, 신발, 야채 등 전국 팔도에서 모인 상인들로 시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그런데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보다 기자의 관심은 동서로 길게 늘어선 장터 끝자락에 있는 강아지를 파는 곳에 쏠렸다.
많아 보여야 3, 4개월 된 작고 어린 아기 강아지들은 작은 철창에 둘러싸여 사람들의 온갖 손길에 무방비 노출돼 있었다.
그중 유독 조용히 누워 잔뜩 웅크린 아기 강아지 두 마리가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의 손길이 무서운지 몸을 잔뜩 움츠려 서로를 의지하는 어린 강아지들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강아지를 파는 할머니께 "이 강아지 남매에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남매지, 인제 3달 된 아기 강아지야"라고 답했다.
기자는 "그럼 녀석들 어미 강아지는 어떻게 됐어요?"라는 물음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농장에 팔리지 않았을까…"라며 할머니는 말끝을 흐렸다.
어미에 대한 질문에 정확한 답은 못 들었지만 어린 나이에 어미와 헤어진 새끼 강아지들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때 할머니는 "한 마리는 3만원 받아야 하는데 두 마리 다 사가면 4만원에 줄게"라며 기자에게 흥정을 시작했다.
순간 할머니의 발언에 적지 않게 놀랐다. 강아지 2마리 값이 4만원에 거래된다는 사실에 말이다.
게다가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새끼 강아지들의 다리와 꼬리를 잡고 옮기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에 하나의 생명이 돈으로 거래되는 안타까운 현실도 체감했다.
그렇게 기자는 빈손으로 왔던 모란시장에서 4만원을 내고 아기 강아지 두 마리를 품에 안았다.
두 마리의 아기 강아지를 안고 가며 강아지들의 무게보다 이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이 더 무겁게 여겨졌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매 강아지에게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해줘야 하는 마음이었다.
현재 모란시장서 4만원에 구조한 강아지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모란시장에서 기가 죽고 축 처진 모습과 달리 남매 강아지들은 꼬리를 흔들며 제법 애교를 떠는 등 하루 만에 활발한 아기 강아지로 돌변한 모습이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어미와 떨어진 남매 강아지들에게 좋은 주인이 나타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