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등장하는 모델들과 달리 무대에 조명이 꺼져야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소 아주머니들이 불 꺼진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2016 서울패션위크가 한창인 지난 2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명품 잡화 브랜드 메트로시티의 S/S 컬렉션이 열렸다.
이날 열린 메트로시티의 2017 S/S 컬렉션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os the universe)'라는 테마로 우주의 별들에 나와 너, 우리를 투영해 편견 없는 세상을 패션으로 표현했다.
세련된 의상과 반짝이는 런웨이, 화려한 조명, 흥을 돋우는 음악에 많은 사람들은 눈을 빛내며 모델들을 바라봤다.
그 순간 무대 뒤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패션쇼를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쇼가 끝나면 무대를 청소해야 하는 청소부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런웨이를 추억에 잠긴 아련한 눈빛으로 넋을 놓고 바라봤다.
청소부 아줌마는 쇼가 진행되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념도 잠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디자이너가 백스테이지로 떠나고 조명이 꺼졌다.
어느덧 쇼가 끝나자 1천여 석을 메운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아주머니는 자기 몸집만 한 쓰레기봉투를 들고 사람들 근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의자에 붙은 셀럽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와 사람들이 놓고 간 음료수 병, 쇼핑백 등의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서였다.
패션쇼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디자이너와 모델부터 그들이 서는 무대를 꾸미는 연출, 조명 감독 그리고 청소부 아주머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패션쇼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숨은 주인공들'이 아닐까.
그들에게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은 그런 멋진 패션쇼였다.
윤혜경 기자 heak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