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비선 실세의 딸이란 이유로 입학해, 부정하게 학점을 딴 정유라 씨에 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화여대 학생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많은 대자보가 붙었지만 그 중에서도 '익명의 화연이'라고 밝힌 한 이대생의 날카로운 일침이 보는 이들에게 시원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이화여대 ECC 건물에는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라고 시작하는 편지 형식의 대자보가 붙었다.
공개된 대자보에는 "나, 어제도 밤샜다. 전공책과 참고도서, 그렇게 세 권을 펼쳐 뒤적이면서…아마 너는 모르겠지만, 이화에는 이런 내가, 우리가 수두룩해"라는 말과 함께 학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학생들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네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하더라.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부럽지도 않아.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 그게 어떻게 좋고, 어떻게 부러운 건지 나는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평생 남는 학점을 제대로 받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과제를 하고, 최선을 다해 취업을 준비한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은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유라 씨는 입학도, 학점도 편법과 부정으로 받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정유라 씨의 '무능'이 부럽지 않다는 학생의 일침은 남다르다.
"비록 학점이 너보다 낮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보다 훨씬 당당해. 너, 그리고 이런 상황을 부당한 사람들에게 그저 굴복하는 게 아니라, 내 벗들과 함께 맞설 수 있어서 더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워"
백문이 불여일견. 화제의 대자보 전문을 직접 읽어보자.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