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잔인하고 치밀해진 10대 범죄…성인 흉악범보다 '살벌'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 연합뉴스


10대 청소년 범죄가 흉악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분노 조절에 실패하거나 금품을 노려 온갖 잔인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러 경찰마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려면 전문 상담·치료 시스템을 확대하는 한편 가정과 학교의 정기적인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8월 자택에서 부엌 흉기로 어머니와 이모를 찔러 살해한 A(19)군을 긴급 체포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직 상태인 A군은 범행 며칠 전부터 친구들과 마약 성분이 든 약물을 복용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다 패륜범죄를 저질렀다.


같은 달 인천에서는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밥상 다리와 효자손으로 때려 숨지게 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아버지는 평소 척추협착증과 뇌병변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아들의 폭행에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했다.


그는 범행 후 태연하게 3시간 동안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귀가했다.


단지 화가 난다는 이유로 묻지 마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잦다.


지난 6월 광주에서는 고교생 최모(17)군이 가출해 돈이 필요하자 아파트에 침입, 50대 주부를 살해하고 금품을 털었다.


최군은 범행을 위해 칼 세 자루와 펜치를 준비했다. 범행 뒤에는 집안 곳곳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닦아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지난 5월 대전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는 10대 청소년이 후배와 말다툼하고 화가 나자 생면부지의 여성을 벽돌로 무참히 폭행했다.


지난 4월 경기 안산에서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10대가 학원에 불을 질러 2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월 전남 화순에서는 10대 고등학생이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하고 친구와 함께 시신을 유기하기도 했다.


범죄꾼 뺨치는 전문적인 범행 수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학교 동창인 10대 4명이 부산과 경남 20곳의 상점에서 자동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카운터에 보관된 현금 600만원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에 앞서 상점 내부는 물론 주변 도로를 답사하고 상점 영업시간까지 확인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사전 답사, 철저한 범행 준비, 역할 분담이 어우러져 이들이 상점을 터는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지난달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보험금을 타낸 10대 15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역주행하는 차량을 이른바 '망잡이'가 발견하고 공범에게 연락하면 공범이 자신의 차량으로 고의로 역주행하는 차량에 부딪히는 수법을 사용해 6달 동안 전주 시내에서만 6차례 고의사고를 내 보험금 2천400만원을 챙겼다.


경북 경주경찰서는 지난달 장난감 총의 일부 부속품을 금속으로 바꿔 위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실제 권총과 비슷하게 개조, 이를 판매하려 한 10대를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8월 인기 1인칭 슈팅게임(FPS)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캐릭터의 공격능력을 강화하는 일명 '핵'을 제작해 판매한 중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평소 이 게임을 즐긴 이들은 독학으로 익혀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 게임 설정 파일 일부를 수정해 가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5년간(2011∼2015년)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만 10세∼만 18세)는 1만6천565명에 이른다.


이 중 살인 109명, 강도 3천584명, 성범죄 1만1천738명, 방화 1천134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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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몰다가 교통사고를 내는 일탈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시 달성군 국도에서 최모(19)군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도로 옆 옹벽을 들이받아 최군과 동승한 10대 친구 4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최군은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었으며 렌터카 회사 차량을 빌려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경남 고성군에서는 김모(19)양이 자신의 운전면허증으로 렌터카를 빌려 고등학교 후배 2명을 태우고 운전하다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덤프트럭을 들이받아 모두 숨졌다.


지난 7월 전남 나주에서는 10대 3명이 차를 몰다가 운전 미숙으로 편의점에 뚫고 들어가 종업원이 다치기도 했다.


가해 운전자가 10대인 교통사고는 2013년 8천20건, 2014년 9천79건, 2015년 9천646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호기심과 충동적인 행동에 기인하고 있으며 죄의식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인간관계와 사회적인 교류가 결여된 상황에서 죄의식 없이 단순히 범죄를 모방하고, 호기심에서 시작된 범죄가 강력범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광주지방경찰청 서기원 아동청소년계장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이미 가정이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범죄의 심각성이나 자신의 인생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청소년의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의 연소화와 우발적 범죄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간 처방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정기적인 인성 교육을 통해 규칙을 준수하고 가치관을 적립하는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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