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자제(張家界)에선 이렇게 다들 환하게 웃고 계셨구나…"
16일 오후 울산국화원에서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 사망자의 유품을 확인하던 유족들의 눈이 모두 한곳으로 쏠렸다.
수십 장의 사진 뭉치 속에서 사망자·부상자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 여러 장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이 주인을 찾을 수 없었던 2차 유류품 중에 나온 것이라서 유족은 놀라움과 슬픔,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며 흐느꼈다.
처음에는 사진 뭉치가 비닐에 담겨 첫 장밖에 볼 수 없었다.
이 첫 장은 불에 타 훼손돼 얼굴을 확인할 수 없고 한 사망자 부부가 어깨동무한 모습이었다.
옷을 본 부부의 자녀들이 "우리 부모님 같다"며 먼저 사진을 가져갔다.
자녀들이 사진을 네다섯 장쯤 넘겼을 때, 여행객 17명이 중국 장자제의 한 바위 앞에서 찍은 사진이 나왔다.
유품에서 나온 첫 단체사진이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거나 부상을 당한 이들은 사진 속에서 손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가장자리는 탔지만 사진 속 얼굴은 마치 옆에 있는 사람처럼 뚜렷했다.
한 장 더 넘기자 장자제의 한 탑 앞에서 20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 나왔다.
"단체사진이다"
누군가 이렇게 외치자 다른 유족들이 모두 모였다.
사진 속 여행 장면을 본 유족들 사이에서 "아버지, 어머니"라고 외치며 애타고 부르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부 유족은 여행 장면 속 가족의 얼굴을 보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한 유족은 "몇 시간 뒤 운명도 모르고 이렇게 다들 행복한 모습이구나…"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훼손 상태가 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유류품은 모두 13개.
유족들은 이미 까맣게 타버린 신발, 회로판만 남는 휴대폰 등을 들고 '행여 내 가족의 것일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지난 13일 오후 10시 1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언양분기점 500m 앞 지점에서 관광버스가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등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승객들은 대부분 한화케미칼의 50∼60대 퇴직자들이며 부부 동반으로 4박 5일 중국 장자제 여행 후 돌아오다가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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