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내 것은 내 거. 네 것도 내 거"
개인 또는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상품과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베끼는 대기업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인고 끝에 구체화시킨 의류 상품, 식품 등은 물론, 각종 영상이나 기술까지, 대기업은 자신의 인지도와 자본력을 이용해 이를 무단 도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진 사업가들은 "얌체같은 도용 행위를 '저작권 침해'라고 소송해봤자 대기업 상대로 얻을 것이 없다"는 하소연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대기업 측에서 표절 행위를 인정하고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한 선례도 있지만, 교묘하게 상품 이름이나 디테일만 바꿔 계속해서 유통되고 있는 아이템들도 있다.
이에 그동안 어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간 표절 논란들이 있었는지 모아봤다.
1. 'GS리테일' 홍보 영상 vs '72초 TV' 드라마
지난달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인 GS25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와인 신제품 '넘버나인 크로이쳐' 홍보 영상은 모바일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72초 TV'가 제작한 영상과 흡사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두 영상의 전개방식, 배경음악, 그래픽 디자인 등이 너무 흡사하다는 점에서 결국 GS리테일도 잘못을 인정했다. 한편 문제의 영상은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 등에서 삭제된 상태다.
2. 이랜드 '스파오' vs '노앙' 글씨체
지난 10일 한글날을 맞아 이랜드 스파오가 내놓은 '스파오X엑소'의 콜라보레이션 티셔츠는 지난 2014년 유아인과 패션 브랜드 '노앙'이 내놓은 티셔츠 디자인을 카피해 논란이다.
노앙의 티셔츠에는 서울, 뉴욕, 도쿄 등 도시의 이름이 독특한 표기법으로 쓰여 있어 많은 인기를 끌었었는데, 스파오 관계자는 "온라인 상에서 유행 중인 한글 자모와 알파벳을 섞어서 쓰는 일명 'SㅓGGㅓ체'를 참고한 것"이라고 해명할 뿐이었다.
3. 이랜드 '폴더' vs '레이버데이' 스카프
지난해 스카프·머플러 브랜드 레이버데이는 이랜드 폴더가 자사의 가을·겨울 시즌 주력 상품인 '니팅라인 스카프' 디자인을 도용해 제작,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랜드 관계자는 "두 줄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목도리는 매우 흔한 디자인"이라며 "상품기획자가 디자인을 해 생산공장에 제안하면 공장에서 원사 등을 추천하는데, 겨울 제품은 활용할 수 있는 색깔과 실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4. 'SK 커뮤니케이션즈' 싸이메라 vs '오디너리팩토리' 필터
지난 5월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사진보정 앱 '싸이메라'에 신규 사진 필터로 올라왔던 사쿠라, 프렌치, 메어리미, 그랜드 부다페스트 등이 삭제됐다.
해당 필터가 스타트업 오디너리팩토리가 유료로 판매중인 필터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5. 파리바게뜨 '앙버터' vs 브래드 05 '앙버터'
2012년 파리바게뜨는 홍대 앞에서 빵 순례의 성지였던 '브레드 05'의 앙버터와 '같은 이름'의 제품을 내놓았다.
브레드 05의 앙버터는 호밀빵 사이에 버터와 팥앙금을 넣었는데, 파리바게뜨는 하얀 치아바타 빵 사이에 버터와 팥앙금을 얹고 '같은 이름'의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파리바게뜨는 제품명과 모양을 바꾸었다.
6. '네이버', '카카오' vs '나라인포테크' 맞춤법 검사기
지난 8월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라인포테크의 맞춤법 검사기를 도용해 논란이 됐다.
당시 나라인포테크 권혁철 대표는 "단순 오타를 고치는 건 쉬워도 문맥상 오류를 바로 잡는 것은 26년의 오랜 연구와 빅데이터의 결과인데 이를 너무 쉽게 베끼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맞춤법 검사기를 나라인포테크와 무관하게 자체개발했다고 해명했다.
7. '네이버' vs '플리토' 번역서비스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대기업에 버금가는 자산 규모와 국내 최고 인지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 7월에는 네이버의 번역기 '참여번역Q'가 협력관계에 있는 소셜 번역 플랫폼 '플리토'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 참여번역Q가 플리토와 너무 유사하다"며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네이버 어학사전·전문정보팀이 플리토와 똑같은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네이버는 얼마 후 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8. '스타벅스' vs 도예작가 '김예헌' 머그컵
지난 2월에는 커피가맹점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가 발렌타인 시즌에 맞춰 출시한 머그컵 디자인이 표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머그컵은 개인 도예작가 김예헌씨가 2010년부터 디자인해왔다고 주장하는 머그컵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이었다. 당시 김씨는 "개인으로선 소송을 할 힘도 돈도 없고 이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길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출시 전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혀 보지 않았지만 표절 논란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