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에게 투명테이프로 묶여 학대를 당하다가 숨진 6살 입양딸이 두 달 동안 거의 굶은 채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양모는 늘 혼자서 밥을 차려 먹었고 어쩌다 딸에게 밥을 줄 때는 따로 상을 펴고 김치만 꺼내 줬다. 굶주린 딸에게 '식탐을 부린다'며 파리채로 매질하기도 했다.
11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A(47)씨 부부는 올해 추석 딸을 투명테이프로 묶어 작은방 베란다에 뉘어놓은 채 사흘간 충남 고향 집에 다녀왔다.
양모 B(30)씨는 경찰에서 "딸을 학대하면서 몸에 난 상처를 친척들에게 들킬까 봐 고향에 데려가지 않고 베란다에 놔뒀다"고 털어놨다.
A씨 부부 집에 얹혀살던 동거인 C(19·여)양과 그의 남자친구도 추석 동안 고향 집에 함께 머물렀다.
양부모가 집에 돌아왔을 때 오줌 범벅이 된 딸 D(6)양은 찬 베란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사흘간 음식도 물도 먹지 못한 채였다.
C양은 그제야 아이를 씻기고 한 공기도 되지 않는 밥을 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끔찍한 학대는 2014년 9월 D양을 입양한 지 2개월 만에 시작됐다.
양모 B씨는 "딸이 2014년 11월께 이웃 주민에게 나에 대해 '우리 친엄마 아니에요'라고 한 말을 전해 듣고 입양한 것을 후회했다"며 "원래 입양 사실을 숨기려고 했는데 밝혀져서 화가 나 학대를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C양과 그의 남자친구는 이들 부부가 딸 D(6)양에게 밥을 주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공장 야간반에서 근무하는 C양의 남자친구는 "올해 7∼8월 이 집에서 살았는데 2달 동안 양모가 아이에게 밥을 주는 걸 3번 정도 봤다"고 말했다.
그가 저녁밥을 먹으려고 부엌에 가면 싱크대에는 양모가 쓰는 큰 밥그릇만 빈 채로 놓여 있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인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에 A씨 부부와 C양이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도 딸에게는 고기 몇 점을 던져 주는 게 전부였다.
이따금 딸에게 밥을 줄 때는 따로 상을 펴고 김치만 꺼내 줬다.
끔찍한 학대가 이어지면서 D양은 숨지기 전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모는 굶주린 D양에게 '과자를 훔쳐 먹었다'거나 '식탐을 부린다'며 손과 파리채를 휘둘렀다. 처음에는 신발끈으로 딸을 묶었다가 끈이 자꾸 풀리자 매일 밤 테이프로 딸의 손발과 어깨를 묶어 놓고 잠을 재웠다.
밥을 거의 먹지 못한 D양은 양모가 손으로 때리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쇠약한 상태였다. 맞을 때마다 문과 장롱에 부딪히며 쓰러진 탓에 온몸에 멍이 들었다.
C양의 남자친구는 경찰에서 "D양은 위축된 모습으로 감금된 상태에서도 살려달라는 등의 애원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결국 D양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포천의 A씨 부부 아파트에서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인 채 17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숨졌다.
경찰은 입양한 딸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불태운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로 구속된 A씨 부부와 C양을 12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애초 A씨 등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으나 이들이 D양을 숨지게 한 범행에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적용 죄명을 살인죄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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