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몰아친 지난 5일 강물에 고립된 주민구조에 나선 20대 새내기 소방관은 급류에 휩쓸려 주검으로 돌아왔다.
태풍뿐만 아니라 지난달 경주를 강타한 지진, 추석 연휴 성묘길에 나타난 말벌·독사 등 각종 재난 및 사고현장에서 몸을 던져 인명구조에 나서는 소방관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런 구조활동을 벌이다 사고를 당하는 소방관은 2명 중 1명꼴로, 화재진압 도중 다치는 경우보다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연순 동국대일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2009년~2011년 소방관 1만9천119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직업성 손상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소방관의 업무를 화재진압, 응급구조와 사무 등으로 구분하고 각 업무에 따른 사고위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무업무와 비교하면 화재진압의 사고 위험은 1.86배, 응급구조는 2.9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별로 소방관 1천명당 사고를 경험한 인원을 분석하면 응급구조가 533명으로 가장 많았고 화재진압이 354명, 사무직이 228명 순이었다.
이는 응급구조에 나선 소방관 2명 중 1명꼴로 사고를 당했고 화재진압 도중에는 3명 중 1명, 사무직은 5명 중 1명이 사고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또 사고에 따른 직업손상으로 업무를 보지 못한 근무손실 일수 역시 지난 1년간 응급구조가 1천337일로 가장 많았고 화재진압 1천120일, 사무직 276일로 각각 집계됐다.
안연순 교수는 "소방관들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구조활동인데 산에서 다친 환자를 업고 내려오다가 발목을 삐기도 하고 구조활동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는 등 근골격계 손상이 많다"며 "문제는 이런 손상에 대한 예방교육이 부족하고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신체적 손상을 방치하다가 병이 커지면 결국 업무를 볼 수 없는 근무손실 일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업무 중 손상이 발생하면 희생정신을 운운할 게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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