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넘어 낳은 자식이 눈앞에서 손 한번 못 쓰고 죽어가는데 기다리는 7시간이 지옥 같고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병원 13곳에서 치료를 거부당해 숨진 고 김민건(2) 군의 아버지(44)는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삼켰다.
김씨는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래도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고 부실한지 몰랐다"며 "지금도 죽은 아들과 장모님을 생각하면 세상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김 군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께 어린이집을 마치고 외할머니(72), 누나(4)와 함께 건널목을 건너다 후진하던 10t 견인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중상을 입은 김 군은 인근 종합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지만, 외할머니와 김 군 모두를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전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절차)을 알아봤다.
의료진이 전국 13개 병원에 김 군 치료를 의뢰했지만,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부족하다', '현재 수술실이 없다' 등의 이유를 들어 중상을 입은 김 군을 치료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결국, 김 군은 사고를 당한 지 7시간여가 지나서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숨졌다.
김 군과 함께 사고를 당한 외할머니도 김 군이 세상을 떠난 뒤 2시간 뒤에 김 군을 따라갔다.
어머니 최모(42)씨는 "아이가 병원에 도착한 게 오후 6시인데 어떻게 6시간 넘도록 수술을 받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며 "전원을 하려고 병원을 알아보는 것도 유선 전화로 일일이 병원에 요청해야 할 정도로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김씨 역시 "아들 장례를 치르면서 지인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혹시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확실히 믿고 의탁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둬야 한다고 충고를 해줬다"며 "국내 의료시스템을 믿고 있다가는 저와 같은 일을 겪을 수가 있다. 아직 경험을 못 해서 그렇지 이런 일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어느 병원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 외상치료를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외상센터 운영에 따른 손해가 크다는 구조적인 원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군이 처음 찾았던 병원 관계자는 "이번 교통사고는 중증외상 환자 두 명이 한 번에 발생했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중증 환자 두 명을 한 번에 수술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고질적인 외상 전문 의료진 부족과 외상센터 운영병원 부족이 이런 상황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 10개 외상센터를 찾은 환자 3천526명 가운데 85명이 이런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하루빨리 응급의료시스템이 개선돼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두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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