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안타깝지만 그래도 119면 당연히 남을 구하러 다니는 게 직업이니까..."
제18호 태풍 '차바'가 울산 지역을 휩쓸고 가던 지난 5일. 고(故) 강기봉 소방관은 자동차에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를 받고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난 강물 탓에 故 강기봉 소방관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다음날인 6일 싸늘해진 주검으로 아버지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같은 소방관 출신인 아버지는 자신을 보고 소방관이란 꿈을 키워 혼자 힘으로 당당히 합격한 아들의 주검을 보고 밀려오는 슬픔을 애써 감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참 동안 아들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그저 "(안타깝지만) 그래도 119면 당연히 남을 구하러 다니는 게 직업이니까..."라는 말만 남긴 채 아들 잃은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드리는 모습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나 간호학을 전공한 故 강기봉 소방관. 그는 31년간 평생 소방관 일을 해오신 아버지의 뒤를 따라 지난 2015년 4월 신규 소방관으로 임용됐다.
임용과 함께 울산으로 올라온 故 강기봉 소방관은 119안전센터 구급대원으로 근무를 시작하며 열의를 붙이고 보람을 느끼던 찰나에 안타깝게도 29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들의 빈소에서 사고 당시 현장이 어렴풋이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본 故 강기봉 소방관의 아버지는 "빠져나올 수도 있었는데…"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끝내 울음을 삼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조 현장에 몸을 던진 임용 1년 6개월 새내기 소방관이던 그의 의로운 희생에 많은 이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