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양수가 열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10시간 가까이 '카톡으로만 진료를 한 의사'가 의료사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작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조정위가 이 자료를 토대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5일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는 교회에 있던 의사가 간호사를 통해 카톡으로만 진료를 하는 사이 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나오는 산부인과 사고(지난 1월 발생)의 진행 과정을 고발하는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당시 담당 의사는 산모가 병원에서 대기하는 10시간 동안 아이의 심장에 무리를 줄 수도 있는 '옥시토신'이라는 분만 촉진제를 카톡으로 처방하는 등 태만한 의료 행태를 보였다.
옥시토신은 산부인과에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약으로, 담당 의사가 직접 아이의 심박수를 체크하고 분석을 하면서 넣어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결국 일요일 아침 6시에 양수가 터져 산모가 10개월 내내 다녔던 산부인과에 도착해 오후 4시까지 교회에 가 있던 의사를 기다려야 했던 산모는 심장이 멎어있는 아기를 낳는 가슴 아픈 일을 겪어야 했다.
급히 119를 불러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 응급처치를 해 아기의 심장은 살렸지만 너무 오랜 시간 심정지 상태로 있었던 아기는 식물인간이 돼, 세상에 태어나 한번 울어보지도 못하고 3개월을 그렇게 있다 사망하고 말았다.
해당 사건을 취재한 SBS 김종원 기자는 "엄마 뱃속에 있는 10개월 동안 심장에 아무 문제도 없었고 출산 예정 주에 정확히 분만이 시작될 만큼 건강한 아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어처구니 없는 의료 사고가 터졌지만, 이후 분쟁 과정도 석연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분쟁이 발생할 때 해결하도록 만든 국가 기관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이 사건에 대해 "아이가 심정지를 당한 원인은 결국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만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이같은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사용된 의사 측 제출 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의사 측 제출자료인 간호일지 작성자로 지목된 간호사들이 "일지에 쓰인 것은 내 글씨가 아니다"라고 자백까지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재원은 "의사가 자료를 내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믿고 조사해야지 안 믿고 어떻게 하느냐"고 해명했는데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현행법에는 중재원에게 '현장 조사' 등 면밀히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일반인들이 의료 사고가 날 때 마지막으로 믿어야 하는 수단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이같은 허술한 운영 실태가 알려지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