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아이를 혼내는 소리가 자주 윗집에도 들렸데요, 그래서 집에 아이가 있구나 짐작했는데 이런 끔찍한 일이…."
이웃이 6살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워 암매장한 뒤 거짓 실종신고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한 아파트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이 알려진 2일 오후 9시 30분께,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한 주민들은 집 앞에서 서성이며 마음을 달랬다.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된 A(47)씨와 부인 B씨(30) 부부를 기억하는 이웃은 많았다. 부부가 아파트 저층에 살아 항상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다녔고, 부인에 비해 남편의 몸집이 상대적으로 왜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숨진 D(6)양과, 이들 부부와 같은 집에 살며 편의상 '조카'라고 불렸다는 공범 C(19ㆍ여)씨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웃은 찾기 힘들었다.
아파트 같은 라인 11층에 산다는 한 주민은 "부인(B씨)이 이른 아침에 근처에 장을 보는 등 볼일을 보러 가는 모습을 자주 봤지만, 교류는 없었다"며 "다만 부인이 살집이 좀 있는 편이라 기억이 나는데 아이의 모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와 주민들 사이에 별다른 교류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집에 어린아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어림짐작했다. 부부의 집 위층으로 최근 아이를 혼내는 소리가 자주 들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민은 "부부의 집 위층에 사는 분이 주민들 모임에서 '아랫집에 애가 있는 것 같다, 아이를 혼내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그래서 아이가 있으려니 했지만, 주민들 각자 살기 바빠 크게 신경 쓰지 못했는데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이날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혐의로 A씨와 부인 B씨, 이들 부부와 같은 집에 사는 C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 등은 지난달 29일 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자신의 아파트에서 딸 D양이 숨지자 30일 오후 11시께 포천에 있는 A씨 직장 주변 야산으로 시신을 옮겨 불태운 뒤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일 오후 늦게 A씨 부부가 D양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로 지목한 포천의 야산에서 불을 지른 흔적과 재를 발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D양의 시신이나 유골이 발견되지 않자 A씨 등을 상대로 시신 유기 방법을 계속 조사하는 한편 재의 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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