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짜리 건이의 취미는 '드라이브'다.
조수석 창밖으로 바삐 달리는 차들을 볼 때면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세상의 모든 자동차를 알고 싶은 그에겐 도로 위야말로 최고의 박물관이다.
"라이트랑 후미등만 보고 저 차가 뭔지 맞히는 게 제일 재미나요"
차를 흘깃 보고 연비와 최고 속도를 줄줄 읊는 '자동차 영재' 김 건군.
그의 유별난 차 사랑은 걸음마를 막 뗐을 때부터 시작됐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거리를 아장아장 걸으면서도 자동차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고 어머니 정민희(37) 씨는 떠올렸다.
일명 '초통령'이라는 뽀로로나 공룡 만화를 보여줘도 건이의 시선은 늘 자동차에만 머물렀다.
창가에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는 동네 아파트 앞에 나란히 주차된 차들을 바라보며 할아버지를 괴롭혔다. "할아버지! 그럼 저 차 이름은 뭐야?"
건이의 꿈은 얼마 전 '뺑소니 잡는 경찰관'이 됐다.
그가 희미한 폐쇄회로(CC)TV 화면만 보고서 차종을 알아낸 덕에 경찰이 뺑소니범을 특정하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3일 올림픽기념관 앞 도로에서 폐지 줍던 할머니의 리어카를 들이받고 도주한 차량을 쫓고 있었다.
"저 차는 아우디 A6에요!"
수사팀이 보여준 CCTV는 선명하지 않아 후미등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는데도 김 군은 단번에 차량을 알아맞혔다.
당시 인명 피해나 물적 피해가 없어 형사 입건 없이 종결됐지만 그에겐 뜻깊은 사건이었다.
이는 "제가 억울함을 당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다니 행복하다"며 자신의 독특한 자동차 공부법을 알려줬다.
그는 집에 있을 때면 차량 카탈로그들을 보고 또 본다. 디자인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의 특징, 가격, 배기량, 연비를 공책에 적어 두곤 열심히 외운다.
1천400대 넘게 모은 자동차 장난감을 다시 부숴서 조립해보거나 부품을 몇 시간씩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습관이다.
김 군은 28일 "내 드림카는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gt"라며 "차 디자인이 정말 최고고 성능과 배기음도 다른 차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차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 군은 이어 "옛날에는 카레이서나 자동차 디자이너를 하고 싶었다. 요즘은 경찰도 하고 싶고 자동차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다"며 "매일 꿈이 바뀌어도 늘 자동차와 함께하는 꿈"이라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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