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국 팀을 맡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26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축구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한국 감독직을 다시 맡을 가능성에 대해 "2002년 월드컵 때 정말 큰 성공을 이뤘다"면서도 "같은 일을 다시 하기는 싶지 않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 당시 성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같은 성공을 재현하기 힘들다"면서 "지금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걸 재현하기가 어려우므로 다시 맡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비판받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에게는 "좌절할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자신 있게 선수들을 격려하며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수들도 실력파인 만큼, 노력하면 최종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향후 진로에 대해 "첼시에서 감독직을 맡을 때 보람됐다. 방금 감독직에서 떠나온 만큼 당장 감독직에 대한 희망은 없다"면서도 중국 진출 등에 대해 "나중 일은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K리그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지금 한국에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면서 "한국이 중국처럼 많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별로다. 구단과 연맹이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에 지원해 좋은 선수를 키우고 스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팀에 대해 "내성적인 성향이 강했다. 또 나이 든 선수가 젊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배하는 위계질서가 있었다"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을 했고, 상하 문화를 깨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 선수들의 경기 중 감정 표현에 대해서는 "직접 보지 못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한일월드컵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고 벤치로 뛰어온 것은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러운 세리머니는 괜찮지만, 미리 짰거나 과도한 행동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밖에 한국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로 "2001년 프랑스에 0-5로 대패했는데 1년 뒤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하면서 자신이 생겼다"면서 "또 월드컵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 승리 덕분에 이후 대회를 잘 치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일정으로 방한하는 히딩크 감독은 거스히딩크재단의 향후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2002년 월드컵 출전 선수들이 안성시에 기증한 풋살 돔구장에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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