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과 19일 경주에서 규모 5.8을 비롯한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기 1∼2일 전 주변 지하수 수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 향후 지진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상용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 있는 지하수 관측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1∼12일 사이와 16∼17일 사이에 수위가 평소보다 크게 상승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관측소는 전국에 있는 300여 개 관측소 가운데 진앙인 경주시 내남면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관측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지표면에서 179㎝ 아래에 있던 암반 지하수가 12일에는 130㎝ 지점까지 올라왔다.
하루 사이에 수위가 49㎝ 상승한 것이다. 12일 이곳에 내린 비의 양은 14㎜에 불과했다.
같은 관측소에서 강수량 90.5㎜를 기록한 이달 3일에 상승한 수위(38㎝)를 초과했다.
12일 오후 7시 44분 경주 남남서쪽 8.2km에서 규모 5.1 전진이 일어난 뒤 오후 8시 33분 그보다 남쪽인 남남서쪽 8.7km에서 규모 5.8 본진이 일어났다.
이 여파로 13일 수위는 지표면 아래 91㎝ 지점까지 올라갔고, 16일 지표면 아래 81㎝ 지점까지 올라가는 등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강수량이 25.6㎜에 그친 17일 지하수 수위는 갑자기 지표면 아래 40㎝ 지점까지 무려 39㎝ 올라갔고, 비가 내리지 않은 18일에는 지표면 아래 38㎝ 지점으로 상승했다.
19일 오후 8시 33분께 경주 남남서쪽 11㎞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수위는 지표면 아래 31㎝ 지점까지 상승했다.
이후 수위는 큰 변화 없이 미세하게 내려가 23일에는 지표면 아래 36㎝ 지점에 머물렀다.
정상용 교수는 "지진에 앞서 암석에 강한 압력이 가해져 지하수 수위가 많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규모 4.5 이상의 지진에만 영향을 받았고, 그 사이에 있었던 작은 규모의 여진에는 파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강한 지진에 앞서 지하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잇따라 나타난 만큼 지진예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려면 현재 1시간 단위로 하는 측정을 분 단위 또는 초 단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진앙이 점차 남남서쪽으로 이동하는 만큼 단층대를 따라 지하수 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특히 원전 밀집지역에는 관측소를 반드시 둬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세영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는 지진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지하수 수위로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지하수가 어떤 암석에 둘러싸여 있느냐 등에 따라 지진에 앞선 압력이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면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고 수위 상승이나 하강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비정상적인 변화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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