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가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트렁크 살인사건' 범인 김일곤(48)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시철 부장판사)는 31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수사와 재판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을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시내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범행해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까지 사형이 확정된 여러 사건을 검토해봤을 때 계획적인 범행이었거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김씨 범행보다 더 무겁다고 볼 만한 측면들이 있었다"며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사형은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궁극적인 형벌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선고해야 한다"며 "1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으로도 김씨를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함으로써 재범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앞선 항소심 공판기일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법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변호인이나 전문심리위원과의 면담을 모두 거부한 채 법정 출석을 거부해왔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9월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A(당시 35·여)씨를 차량째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해 불지르는 등 훼손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접촉 사고로 시비가 붙어 벌금형을 선고받자 억울한 마음에 상대방에게 복수하는 과정에 A씨를 이용하려고 납치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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