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넘어진 경쟁자 도와 결승점 함께 통과한 육상 선수에 '쿠베르탱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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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


지난 16일(한국 시간) 열린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


결승선까지 약 4바퀴 반을 남기고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 선수가 갑자기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바로 뒤에서 달리던 미국의 애비 디아고스티노 역시 피할 겨를도 없이 햄블린의 발에 걸려 트랙 위에 넘어지고 말았다.


머리를 감싸쥐며 일어나지 못하는 햄블린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던 다고스티노는 메달이라는 값진 열매를 얻기 위해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햄블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햄블린은 다시 일어나 다고스티노와 함께 달렸지만, 무릎 부상으로 다고스티노가 다시 주저앉았고 햄블린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일으켜세우며 서로를 의지한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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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예선 경기에서 햄블린은 32명 중 29위, 디아고스티노는 32명 중 30위를 차지했지만 감독관은 이들이 결선에 뛸 수 있도록 특별히 결선 출전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디아고스티노는 경기 당시 넘어지면서 생긴 무릎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고 햄블린은 18명 중 17위로 메달 없이 올림픽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 두 선수에게 특별한 메달이 주어졌다. 바로 '쿠베르탱 메달'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과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에게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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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이름을 따 만든 일명 '쿠베르탱 메달'은 금메달 보다 더 권위 있는 메달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메달이다.


1964년 처음 제정된 '쿠베르탱 메달'은 지금까지 겨우 17명의 선수들에게만 수여됐을 만큼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IOC는 "휴머니티와 희생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며 햄블린과 다고스티노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햄블린은 "다고스티노와 나에게 정말 특별한 메달"이라며 "그저 트랙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