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북한 의사 출신 새터민이 동료들에게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23일 오전 8시 인천 연수장례식장에서는 실내 유리창을 닦다가 건물에서 추락해 숨진 A(48)씨의 장례식이 유족과 직장 동료들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유족들은 A씨가 속했던 건물관리·청소 용역업체 '송도에스이(SE)'에 사고 재발 방지대책 등을 요구하며 사고가 난 지난 13일 이후 발인을 미뤄왔다.
송도에스이와 모기업인 포스코는 전날 공식 사과를 하고 불합리한 인사제도 등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일하던 A씨는 간 질환과 고혈압 등에 시달리는 아내를 치료하고자 2006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했다.
공사장 등지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2010년 송도에스이에 입사한 그는 생전 사내에서 남한 동료들과 차별받는 풍조를 가장 힘들어했다.
인사에서 불합리한 처분을 받거나 월급이 삭감되는 어려움에도 꿋꿋이 생활하며 의사로 재기할 꿈을 품었다.
그는 일기장에 '편법이 용납되는 결과주의와 일등주의 세상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싶다', '사람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는 쓸쓸한 이야기도 많이 있지만…원칙을 지켜나가며 사는 그런 삶도 아름답다고 믿고 살아가고 싶다'는 등 새터민의 고충을 남겼다.
A씨의 처남 B(36·새터민)씨는 "매형의 생전 고충이 해소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매형의 직장 동료들도 사내 인사제도 개선 등에 공감하며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유족들과 직장 동료들은 이날 발인식에 이어 사고 장소인 빌딩에서 노제를 지낸뒤 장지인 인천시립승화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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