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체조선수 가브리엘라 더글러스(21)는 10일(한국시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체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인터넷에 접속했다.
팬들의 응원과 축하메시지를 기대했던 더글러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팬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비난을 그에게 쏟아냈다. 한 팬은 "역겨운 더글러스는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라며 그를 매도했다.
더글러스는 금메달 시상식에서 국가가 나올 때 손을 가슴에 얹지 않았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지만, 국기에 경례하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되면서 현지 언론과 팬들에게 집중포화를 당했다.
더글러스가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흑인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많은 안티팬은 그의 머리 스타일에 관해 딴지를 걸었다.
머리를 모두 뒤로 묶는 '포니테일 스타일'은 흑인과 어울리지 않고, 흑인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종차별적인 비난 세례에 사회 각층에서는 더글러스를 옹호하고 나섰다. 헤어스타일을 둘러싼 비난 여론은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에서 안티팬들은 다시 한 번 들고 일어났다. 더글러스가 국기에 경례하지 않았다고 매국노로 몰아붙이고 있다.
더글러스는 15일(한국시간) ESPN과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곳엔 비난이 너무 많다"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머리 스타일이나 손의 위치가 내 마음을 대변하진 않는다"라며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글러스는 대중에게 사과의 뜻도 전했다. 그는 "만약 누군가에게 사과해야 한다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SPN은 "더글러스가 인터뷰를 한 뒤 경기장 구석에 가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라고 설명했다.
대중의 근거 없는 집단 비난 행위에 언론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200m 접영 메달 수여식에서 국가가 나올 때 웃음을 터뜨렸지만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라며 대중의 이중적인 잣대를 꼬집었다.
20대 초반 흑인 여자 선수에게 몰린 비난의 화살이 인종차별 및 여성차별 문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더글러스의 모친 나탈리 호킨스 씨는 15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고작 스무 살 밖에 안 된 딸이 비애국자로 몰려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라고 말했다.
호킨스 씨는 "내 어머니는 30년간 미군으로 복무했으며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다. 단지 국기 앞에서 웃지 않고 손을 가슴에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더글러스의 애국심을 헐뜯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은 내 딸이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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