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미국)는 8년 전 우연히 만났던 13세 싱가포르 소년이 훗날 자신의 올림픽 4연패를 저지하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6관왕에 오르며 세계적 스타가 된 펠프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싱가포르를 찾았다. 미국 수영대표팀은 베이징 대회 개막에 앞서 사전 적응 및 마무리 훈련을 하려고 싱가포르에 캠프를 차렸다.
마침 미국 대표팀이 훈련지로 택한 장소가 당시 13세였던 스쿨링이 평소 수영을 하던 곳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스쿨링은 8년 전 펠프스를 만난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스쿨링은 "이른 아침, 내가 훈련하던 곳에 미국 수영대표들이 왔다"면서 "모든 사람이 몰려들어 '마이클 펠프스다, 펠프스!'라고 외쳤다"고 떠올렸다.
그는 "펠프스와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면서 "하지만 직접 그를 보는 순간 너무 놀라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스쿨링은 펠프스와 결국 사진을 찍었다.
펠프스는 안경을 쓴 싱가포르 소년의 등 뒤로 손을 가져간 채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스쿨링은 그 사진을 소중히 간직한 채 수영선수로서 꿈을 키워갔다.
펠프스는 베이징 대회에서 역대 단일 올림픽 최다인 8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8년 뒤 두사람은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13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접영 100m 결승 출발대에서다.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이 종목에서 올림픽 4연패이자 이번 대회 첫 5관왕을 노렸다.
그러나 펠프스는 51초14의 기록으로 채드 르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 라슬로 체흐(헝가리)와 함께 공동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펠프스에 앞서 터치패드를 찍은 전 8년 전 싱가포르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꼬마, 스쿨링이었다.
스쿨링은 50초39에 레이스를 마쳐 우상이 지배해온 올림픽 남자 접영 100m에서 새로운 챔피언이 됐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접영 100m에서 딴 첫 메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쿨링의 메달은 싱가포르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라 의미가 크다.
1948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에 오른 싱가포르에서는 이전까지 전 종목을 통틀어 아무도 시상대 맨 위에 서 본 선수가 없다. 은메달과 동메달 두 개씩이 전부였다.
1960년 로마 대회 역도에서 은메달로 첫 메달을 장식한 이후 28년을 기다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탁구에서 은메달을 보탰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탁구에서 동메달 2개가 나왔다.
싱가포르가 스쿨링의 금메달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쿨링은 금메달을 목에 건 후 기자회견에서 "펠프스는 많은 것을 이룬 위대한 선수다. 나는 펠프스 같은 선수가 되길 원했다"면서 "이 많은 것이 펠프스 덕이다. 펠프스는 내가 더 좋은 수영선수가 되기를 원하는 이유다"라고 자신의 우상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펠프스는 "세계 수영이 끊임없이 변화하길 원한다. 꿈을 가진 작은 소년이었던 내가 수많은 메달을 가진 선수가 됐다"면서 "한계에 부딪칠까 봐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제2, 제3의 스쿨링이 나오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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