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한전이 누진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6조가 넘는 대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국민들은 오히려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저유가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기의 도매가격은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정작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 요금'에는 인하된 금액이 반영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전기 요금이 정부의 승인을 거쳐 결정되는 정책적 가격이다 보니 도매가격이 최저 수준을 보여도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소매가격에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과도한 '누진제'만이라도 폐지하자는 의견이 사회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한전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과연 정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
지난 8일 방송된 JTBC '뉴스현장'에서 김종혁 앵커는 "올해 한전 예상 매출액은 54조,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13조를 기록했다. 이토록 많은 이익금은 어디로 갔을까요?"라며 한전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앵커는 "올 4월 외국인 투자자는 약 6천억 원, 산은도 6천억 원, 정부가 3천억 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간 와중에 한전은 또 임원 성과급을 70% 늘렸다"며 "누진제로 서민들 주머니 터는 게 공기업의 역할이냐"며 한전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누진제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데 이게 납득이 되냐"면서 "방만한 산업은행, 무책임한 정부, 땅 짚고 헤엄치는 외국인 투자자들 배불려주는 게 합리적 소비냐"고 꼬집었다.
이렇게 많은 영업이익을 남기면서도 한전의 가격 정책 등을 관장하는 산자부 관계자들은 연일 "현재의 가격 정책은 합리적이다"라며 전기 아껴쓰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황당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전력 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고 완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가구 중 누진제 1단계인 100kWh 미만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2.5%밖에 되지 않으며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전기세 폭탄'을 걱정해 이 같은 더위에도 선풍기로 여름을 나고 있다.
폭염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기량을 적게 쓰면 된다"고 말하는 산자부. 우리나라의 전기료는 누구를 위해 책정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윤혜경 기자 heak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