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정부가 서울시 청년활동보장사업(청년수당)에 대해 직권취소 명령을 내리고 여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시장인 박원순을 보지 말고 청년을 봐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과 더불어 경제 아카데미'에 참석해 "청년수당은 돈의 문제가 아니고 미래를 준비할 최소한의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절박한 사람한텐 생명수와 다름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일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이 청년수당을 비판하며 "물고기를 주기만 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한 발언을 역으로 인용해 반박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금 당장 굶어 죽어가는 사람한텐 일단 고기를 줘야죠. 지금 고기 잡는 법 강의를 듣게 생겼느냐"고 말했다.
'청년경제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박 시장은 청년의 정치·경제 참여와 공공의 지원을 강조하면서 중앙정부에 대해선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박 시장은 "정부가 청년정책에 올해 2조원을 썼는데 청년일자리가 늘었느냐.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괜히 개입하지 말아야 할 걸로 사업하다 보니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사회자가 "청년수당 직권취소 문제로 상심이 크겠다"고 하자 "청년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걸 도우려는 이 작은 시도마저 못 하게 하니 참 답답하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보육예산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 간 갈등도 언급하며 "완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데 서울시에 80%를 부담하라고 한다. 완전히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당 이승만정권 때 했던 것과 다를 게 없을 정도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엔 지나친 투자를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께선 40조원을 강바닥에 쏟으셨다. 그 돈을 청년에 투자했으면 공짜 등록금에 대입 기념으로 아파트도 한 채씩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또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비서실장은 20대 같더라"며 "우리 청와대 비서실장은 몇 세시냐"고 청중에게 되묻기도 했다.
한편, 박 시장은 강연 후 청년수당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한 취지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엔 "우리가 한 돈을 타서 쓰는 사람들인데 대화로 해결해야지"라고 답했다.
대통령의 답이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그럴 리가 있느냐.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법정에서 싸우면 납득이 안 가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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