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나는 살아있음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
작년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정원(24) 육군 하사는 지뢰도발 1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육군은 지뢰도발 1주년을 이틀 앞둔 2일 페이스북에 김 하사의 수기를 공개했다. 육군이 이 글에 붙인 제목은 '8·4 북 지뢰도발시 작전영웅 김정원 중사(진)의 수기'다.
한창 나이에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고통의 나날을 보낸 김 하사가 지뢰도발 1년 만에 기쁨과 즐거움, 행복감을 표출하며 모든 고통을 이겨냈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군의 잔혹한 도발에 대한 승리의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김 하사는 수기에서 지뢰도발 직후 군 병원 중환자실에서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통을 회고했다.
"매일 계속되는 극심한 환상통(없어진 신체 일부가 있는 듯이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항시 주입했고 식사는 전폐했고 소변은 관을 통해 해결했으며 먹은 게 없으니 대변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두텁게 쌓인 붕대들을 보며 나는 잠깐 내 인생의 꿈과 사랑에 대해 포기하며 절망했다."
김 하사는 건강했던 자신과 동료 하재헌(22) 하사를 한순간에 불구로 만든 북한군에 대한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비겁한 방법을 밥 먹듯이 쓰는 북한군을 모두 죽이고 싶었다. 그때 적과 교전이라도 했다면 나와 하재헌을 이렇게 만든 북한군 한 놈이라도 쏴 죽였을텐데 적은 없었고 비겁한 지뢰만이 있었다."
"폭발음이 들렸을 때 웃었을 그들을 생각할 때에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 놈들에게 총 한번 쏴보지 못했던 것이 정말 화가 난다. 건강했던 나의 신체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분노. 걷지 못하는 분노."
그러나 특전사 출신인 김 하사는 어떤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 북한군에 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는 다시 일어서야만 했다.
작년 10월 8일 서울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 재활을 시작한 김 하사는 자신과 같이 나라를 지키다가 불구가 된 유공자들을 만나며 그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DMZ 작전에서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이 현재의 자유와 평화는 숭고한 희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느꼈다."
김 하사는 같은 달 20일 중앙보훈병원에서 처음으로 의족을 착용한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걷는 게 가능한 순간, 나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히 걷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미친 듯이 적응하였다."
양쪽 정강이 아래쪽이 없이 태어나 평생 의족을 차야 했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 장애인 육상선수이자 모델, 배우가 된 에이미 멀린스와의 만남은 김 하사에게 큰 용기를 줬다.
"그녀는 나와 하재헌에게 말했다. '꿈을 갖고 있으면 그것은 이뤄진단다.' 그녀의 약점이었던 발은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가 되었다."
DMZ를 떠나 국군사이버사령부로 옮겨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군과 싸우기로 한 김 하사. 그는 오늘도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조국과 국민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다듬는다.
"아쉽게도 나의 신체가 DMZ 임무 수행에는 부적합해서 떠나지만,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국가와 국민과 전우를 적들로부터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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