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북한 지뢰에 한쪽다리 잃은 하사 "살아있음에 행복하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나는 살아있음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


작년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정원(24) 육군 하사는 지뢰도발 1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육군은 지뢰도발 1주년을 이틀 앞둔 2일 페이스북에 김 하사의 수기를 공개했다. 육군이 이 글에 붙인 제목은 '8·4 북 지뢰도발시 작전영웅 김정원 중사(진)의 수기'다.


한창 나이에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고통의 나날을 보낸 김 하사가 지뢰도발 1년 만에 기쁨과 즐거움, 행복감을 표출하며 모든 고통을 이겨냈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군의 잔혹한 도발에 대한 승리의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김 하사는 수기에서 지뢰도발 직후 군 병원 중환자실에서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통을 회고했다.


"매일 계속되는 극심한 환상통(없어진 신체 일부가 있는 듯이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항시 주입했고 식사는 전폐했고 소변은 관을 통해 해결했으며 먹은 게 없으니 대변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두텁게 쌓인 붕대들을 보며 나는 잠깐 내 인생의 꿈과 사랑에 대해 포기하며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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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하사는 건강했던 자신과 동료 하재헌(22) 하사를 한순간에 불구로 만든 북한군에 대한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비겁한 방법을 밥 먹듯이 쓰는 북한군을 모두 죽이고 싶었다. 그때 적과 교전이라도 했다면 나와 하재헌을 이렇게 만든 북한군 한 놈이라도 쏴 죽였을텐데 적은 없었고 비겁한 지뢰만이 있었다."


"폭발음이 들렸을 때 웃었을 그들을 생각할 때에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 놈들에게 총 한번 쏴보지 못했던 것이 정말 화가 난다. 건강했던 나의 신체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분노. 걷지 못하는 분노."


그러나 특전사 출신인 김 하사는 어떤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 북한군에 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는 다시 일어서야만 했다.


작년 10월 8일 서울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 재활을 시작한 김 하사는 자신과 같이 나라를 지키다가 불구가 된 유공자들을 만나며 그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DMZ 작전에서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이 현재의 자유와 평화는 숭고한 희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느꼈다."


김 하사는 같은 달 20일 중앙보훈병원에서 처음으로 의족을 착용한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걷는 게 가능한 순간, 나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히 걷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미친 듯이 적응하였다."


양쪽 정강이 아래쪽이 없이 태어나 평생 의족을 차야 했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 장애인 육상선수이자 모델, 배우가 된 에이미 멀린스와의 만남은 김 하사에게 큰 용기를 줬다.


"그녀는 나와 하재헌에게 말했다. '꿈을 갖고 있으면 그것은 이뤄진단다.' 그녀의 약점이었던 발은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가 되었다."


DMZ를 떠나 국군사이버사령부로 옮겨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군과 싸우기로 한 김 하사. 그는 오늘도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조국과 국민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다듬는다.


"아쉽게도 나의 신체가 DMZ 임무 수행에는 부적합해서 떠나지만,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국가와 국민과 전우를 적들로부터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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