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사라져 죽은 줄만 알았는데 우리 '아기들'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북 임실에 사는 채모(60)씨는 지난해 7월 갓 젖을 뗀 진돗개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운영하던 사업체를 정리하고 몇 해 전부터 임실 관촌면의 한 야산에 들어와 홀로 살던 채씨에게 진돗개 두 마리는 '아기'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 같은 반려견이었다.
일용직 일을 하는 그는 가끔 타지에 며칠씩 머물며 일을 할 때가 있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 개들을 두고 가는 것에 늘 마음이 쓰였다.
다행히 똑똑한 개들은 사나흘 분량의 사료를 나눠 먹으며 얌전히 집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마을에서도 채씨의 개들은 '총명'하기로 소문나 귀염을 받았다.
지난 27일 개들의 첫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서둘러 바깥일을 보고 집에 돌아온 채씨는 개들이 보이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개들이 산책하는 집 주변을 둘러보아도 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개들의 생일이기도 했지만, '중복'이기도 했기 때문에 채씨는 마음이 조급했다.
채씨는 눈물 바람으로 관촌 파출소를 찾아가 개를 잃어버렸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식 같은 개라는 채씨의 간절한 호소에 다음 날 경찰들은 집 일대를 살피고, 혹시 낯선 사람이 마을에 찾아왔는지 탐문수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개들이 사라진 날을 전후해 아랫마을에 사는 강모(58)씨가 야산에 올무를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의 집 별채에서 올무에 다리를 다친 개 두 마리를 발견했다.
개들은 다리를 다친 것 외에 다행히 큰 외상이나 건강에 이상은 없었다.
채씨는 개를 찾았다는 소식에 버선발로 파출소를 찾아와 개들과 '눈물의 재회'를 했다.
채씨는 "복날 개들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혹시 어디서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살아 돌아와 다행"이라며 "개를 찾아주신 경찰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산에 놓은 올무에 개가 걸리자 개를 집으로 데려갔다"며 "이미 동네에서는 개들이 채씨의 개라는 사실이 다 알려진 상태였지만, 모양새가 좋고 고가라는 것을 알고 고의적으로 개를 훔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북 임실경찰서는 29일 강씨가 고의로 개(시가 400만원 상당)를 훔쳤다고 판단해 절도와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